제86장

그는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그쪽에서도 똑같이 나지막하고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우야?” “너한테는 앞으로 박성철이라는 아들은 없을 거야!” 그는 위협적인 말투로 박인성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허나 박인성은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다 커서 내 말 안 들어! 너도 알잖아! 은영이한테 얼마나 집착하는 거!” 박강우는 그의 말에 화를 내지도 않고 차갑게 답했다. “너그럽네. 자기 아들이 자기 동생 아내를 사모하고 있다는 것도 마다하고 말이야?” “지금은 신세대잖아. 강우 너 설마 윤리적인 그런 이치로 한 여자를 가둘 생각인 거야? 너한테 마음이 없는 여자를 굳이 옆에 둬서 뭐 해?” 양민호는 분노한 박강우를 살피며 눈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박강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양민호가 입을 열었다. “허성택이 그런 배짱이 없어. 그 물건들이 분실된 뒤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박강우는 양민호를 쳐다보았다. 순간 강은영의 말이 떠오른 그는 서울시에도 없는 그녀가 믿을 만한지 의문이 들었다. 그 물건들이 그들한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안 그러면 양민호하고 함께 가성시로 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박성철도 서울을 떠났고 강은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다 박인성은 그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 중간에 어떠한 연결점이 있는 걸까? “그러니까 그 말은 이 일이 박인성하고 관련이 있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 비록 네 친형이기는 해도 그때 당시 가문을 물려받는 일로 응어리가 생겼을 거잖아.” 박강우는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양민호가 말을 덧붙였다. “강은영하고 박성철 일은 뒤로 미루고 그 물건부터 찾아야 돼. 허성택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 여기까지 온 이상 해결해야 될 일부터 마무리해야 되는 상황이고 박성철하고 강은영 사이에 어떠한 음모가 있던 이번에 제대로 끝장을 봐야한다. 마음 한편이 공허하기만 한 박강우는 눈빛의 살벌함도 더욱 짙어졌다! ... 호텔 밖 차 안에 있는 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