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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다연주의 전화를 끊은 강은영은 진미선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고 처음에는 날카로운 말투였다 나중에는 비굴한 모드였다. 강은영은 입꼬리를 차갑게 치켜올렸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진미선이 강설아를 위해 이 지경까지 할 줄은 몰랐었다. 그녀는 강설아가 어쩌면 진미선의 친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위잉위잉거리며 진미선의 전화가 재차 걸려 왔다. 강은영은 전화를 받아들었다. “무슨 일인데!” “오늘... 집에 들를 수 있어?” 전화 너머로 진미선의 초췌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설아한테 사고가 벌어진 이후로 잠을 설친 모양인 진미선은 아마 어젯밤에도 그녀를 찾아 헤맸을 것이다.그리고 강설아가 그러한 사고를 당했으니 강씨 가문이 발칵 뒤집혔을 게 뻔하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했는데 한번 들를 수 없을까?” 진미선은 그녀가 답이 없자 말투와 자세를 한층 더 낮추었고 강은영은 차갑게 답했다. “그래.” 될 수 있는 한 그녀는 강씨 집안과 어떠한 관계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강씨 가문은 물론이고 강설아까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 한다. 자정에 꿈을 꿀 때마다 박강우가 낭떠러지에서 피투성이가 되는 꿈이었는데 어떻게 순순히 내버려둘 수가 있겠는가? 진미선은 그녀가 승낙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투가 조금 조급해 보였다. “언제 올 건데?” 그 절박함이 무엇인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강은영은 짜증이 난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비록 화가 나는데도 강은영은 박강우가 준비해 준 아침을 깨끗이 비우고 흑설탕물도 챙겨 마셨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뒤였다. 문을 열자 건이현은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강은영은 이마를 찌푸렸다. “얼마나 기다린 거야?” “좀 됐어요.” “다음부터는 날 기다리지 말고 강우 씨 옆에 딱 붙어있어.” 전생에 박강우하고 그녀한테 그런 사고가 벌어졌을 때 그가 옆에 없었으니 말이다. 만일 그때 건이현이 있었더라면 박강우가 어쩌면... 강은영은 마음이 답답했다. 건이현은 눈썹을 찡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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