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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강한 손바닥에 서하린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얼굴은 금세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며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서하린의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려던 그녀는 손끝이 뺨에 남은 손바닥 자국에 닿는 순간 눈물은 마치 댐이 터진 듯 쏟아져 내렸다. 이것은 한태훈이 처음으로 그녀를 때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의 모습은 이미 대문을 통해 급히 사라져 버렸다. 서하린은 숨을 헐떡이며 재빨리 일어나 그를 쫓아 나갔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가 조여오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지난 생의 사고처럼 차연희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까 봐. “우르릉!” 천둥이 하늘을 찢듯 울려 퍼지고 폭우는 거칠게 세상 모든 것을 씻어내고 있었다. 그 비 속에서 한 남자는 가녀린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다. 차연희는 몸을 끊임없이 비틀며 절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데 서하린은 이렇게... 이런 일을 벌였어. 내가 그 자리에 어떻게 남을 수 있겠어? 서하린은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하는데 나는 더 이상 어린 여자애랑 싸우고 싶지 않아. 차라리 당신을 그 애에게 돌려주는 게 낫겠어.” 그러나 한태훈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니야. 연희야, 내가 서하린을 사랑할 일은 절대로 없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사랑해왔는지 너도 잘 알잖아. 나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거야? 그건 내 심장을 찢어 버리는 거랑 다름없어.” 마지막으로 한태훈은 몸을 굽혀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그 순간, 멀리서 눈부신 자동차 불빛이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 불빛은 방금 따라 나온 서하린의 시야에 들어왔고 그녀는 그 순간 피처럼 붉은 색으로 물든 풍경에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응급실 안에서는 빨간 불빛이 번쩍이며 켜졌다. 수많은 의사들이 서둘러 의료 장비를 준비하며 한태훈에게 응급 처치를 하려 했지만 한태훈은 자신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그들에게 차연희부터 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님, 대표님이 더 많이 다치셨어요.”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떨리는 소리였다. “괜찮아요. 연희부터 살려주세요.” 어쩔 수 없이 의사들은 의식을 잃은 차연희를 먼저 수술실로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들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환자가 대량 출혈을 시작했습니다. A형 혈액이 있으신 분 계신가요?” 그 말을 들은 한태훈은 간호사의 만류를 무시하고 침대에서 튕기듯 뛰어내렸다. “저요. 제 혈액을 쓰세요.” “하지만 대표님...” “빨리요!” 몇 분 뒤 신선한 혈액이 여러 봉지로 가득 쌓여 있었고 한태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차연희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확신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수술대에 눕혀졌으며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다. 서하린은 더 이상 이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거 아무 말 없이 병원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한태훈이 차연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는 그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 만약 지난 생에서 자신이 그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그녀의 결말은 이렇게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 그녀는 그 길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차연희는 여전히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그녀의 연애편지와 그림들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서하린은 그 편지들이 어떻게 퍼졌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찢어버렸다고 확신했는데 이제 보니 그 편지들을 비밀로 간직한 채 공개한 사람은 차연희밖에 없었다. ‘왜 그런 걸까?’ ‘이미 아저씨랑 사귀고 있는데...’ 서하린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생각에 빠지기조차 두려워졌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에서 며칠을 보낸 뒤 한태훈이 퇴원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경호원에게 그녀를 냉동고에 처넣으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냉동고 안에 던져지자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창백한 벽을 바라보며 서하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추위를 느껴본 적이 없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릴 적 얼음 호수에 빠지면서 몸이 추위에 유독 민감해졌고 그 이후로 집은 항상 보일러가 켜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태훈은 그녀에게 이런 방식으로 벌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마음을 품고 간접적으로 차연희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처벌이었다. 서하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따뜻함을 얻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만이 냉동고 안에서 울려 퍼졌다. 냉동고 밖의 가정부들은 더 이상 그녀를 두고 볼 수 없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차라리 대표님께 먼저 사과하시는 게 어떠세요? 이렇게 버티시면 몸이 견딜 수 있을지...” 서하린의 눈가가 갑자기 붉어졌다. 지난 생에서 그녀가 잘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었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왜 사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한태훈의 마음은 지금 온전히 차연희에게 가 있어 그녀의 사정을 들어줄 리도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사방에서 그녀에게 몰아쳤고 그 바람은 서하린의 속눈썹에 서리를 쌓이게 만들었다. 심장이 점점 느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녀의 생각은 점차 흐릿해져 갔다. 결국 서하린은 천천히 눈을 감고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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