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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유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온하준 씨, 혹시 취직할 생각이 있으면 레아 그룹을 추천해 드릴게요. 마침 그 회사에서 상무 이사가 필요했던 참이거든요. 하준 씨 능력과 경력이라면 바로 취직할 수 있을 거예요.” 온하준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 거절했다. “좋은 정보 감사하지만 아직은 다시 취직할 생각은 없네요.” “그럼 이건 제 명함이에요.” 소유진은 핸드백에서 명함을 한 장 꺼냈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연락하셔도 돼요.” 명함을 받은 온하준은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노테크놀로지 대표, 소유진. ‘이노테크놀로지? 요즘에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한 그 회사?' 온하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 소유진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미 전과 달라져 있었다. 소유진은 그의 표정에서 의아함을 읽어내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알아보셨네요.” 온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소 대표님.” “인연인가 봐요.” 소유진은 나직하게 말했다. “참, 아직 그걸 물어보지 않았네요. 어디에서 지낼 생각이에요?” 온하준은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호텔에서 며칠 지낼 생각이에요.” 소유진은 바로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요. 마침 제 운전기사가 하준 씨를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 온하준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검은색 차량이 이미 그들의 앞에 멈춰서 있었다. “소 대표님, 차는 수리 마치셨습니까?” “진 기사님, 온하준 씨가 선샤인 호텔로 간다고 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래요?” 진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온하준은 다소 망설였다. “제가 이래도 될까요?” “에이, 가는 길에 태워드리는 건데요. 뭘.” 소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그때 실수로 하준 씨 차에 스크래치 낸 것에 미안해서 데려다주는 것으로 생각해요.” 소유진을 빤히 보던 온하준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온하준이 차에 올라탈 때 조아영은 갑자기 정비소에서 뛰쳐나왔다. “온하준!” 그녀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온하준은 그런 그녀를 무시한 채 차에 올라탔다. 조아영은 창문을 쾅쾅 두드렸다. “온하준! 내 배 속에 네 아이가 있다고! 넌 절대 나를 버릴 수 없어!” 차 안에서 온하준은 두 눈을 감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소유진은 진태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의미를 알아들은 진태수는 시동을 걸었다. 차가 떠날 때 온하준은 룸미러를 통해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는 조아영을 보았다. 소유진도 옆에서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태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던지라 굳이 묻지도 않고 쓸데없이 참견하며 달래주지도 않았다. 그저 운전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온하준은 등받이에 기대어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7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는 막 유니국에서 유학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었던지라 혈기왕성했고 순진하게 사랑이면 모든 곤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조아영 가족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해외에서 고액의 월급을 받으며 일할 기회도 포기했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천천히 상무 이사의 자리까지 몰라왔다. 그런데 조아영은 그의 모든 노력을 조롱했다. “온하준 씨, 도착했습니다.” 진태수의 목소리가 그를 다시 현실로 이끌었다. 현실로 돌아온 온하준은 자신이 이미 선샤인 호텔 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마워요.” 온하준은 차에서 내린 후 진태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요.” 진태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대표님께서 차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셨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하세요.” 진태수는 자신의 명함을 그에게 건넸다. 그 위에는 오로지 전화번호만 있었다. 명함은 받은 온하준은 소유진이 왜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 예의 있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검은색 차량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자 온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으로 예약한 그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울려대는 핸드폰을 발견했다. 장모님인 진은혜가 연락한 것이다. 온하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온하준, 미쳤니? 대놓고 아영이와 이혼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진은혜는 거의 그를 잡아먹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의 온하준은 그런 그녀의 기분을 신경 쓸 생각도 없었다. “전 장모님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었을 뿐인데요.”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고? 정비소에서 만난 그 여우는 또 누구야. 그래서 아영이와 급하게 이혼하려고 한 거니?” 그녀의 말에 온하준은 차갑게 픽 웃었다. “장모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조아영과 장문호의 사이를 말이에요.”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래. 이혼해.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성격 차이로 이혼한다고 밝혀. 절대 아영이가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하면 안 돼!” “전 제 입으로 말하고 다닐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누군가 자꾸 제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때는 저도 어떻게 할지는 모르죠.” “지금 날 협박하는 거니?” 진은혜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변했다. “아니요. 알려드리는 겁니다. 장모님과 저는 각자 원하는 것이 있으니 추하게 끝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진은혜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120억 줄게. 내일 오전 9시까지 우리 집으로 와.” 온하준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뇨. 160억 주세요.” “뭐라고?” 진은혜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 “선 넘지 마!” “재원 그룹은 2년 동안 제 손에서 세 배의 수익을 벌어들였어요.” 온하준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제 손에 조아영이 장문호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가 가득하죠. 참, 낙태 수술을 한 기록도 있네요.” “감히 내 딸을 뒷조사했어?” “아니죠. 전 제 방식으로 방어하고 있을 뿐이죠. 160억 주세요. 더 이상의 흥정은 없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140억. 이게 내 최선이야.” 온하준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죠.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라고?” “이혼한 후 조아영이 더는 저를 찾아와 질척대는 일은 없게 해주세요.” 그는 뜸을 들이다가 한 마디 더 보탰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진은혜를 이를 빠득 갈았다. “점점 더 기어오르는군!” “전 그냥 평화롭게 끝내고 싶을 뿐인걸요.” 온하준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진은혜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그제야 낯선 번호로 온 문자를 발견했다. [온하준 씨, 저 소유진이에요. 혹시 변호사가 필요하시면 임은택 변호사에게 연락하세요. 제 친구인데 실력은 보장해요. 이건 임은택 변호사의 연락처예요. 010-1234-5678.] 온하준은 소유진이 보낸 문자를 한참 빤히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분명 오늘 처음 정식으로 소개한 자신에게 갑자기 이렇듯 도와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그는 임은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임은택 변호사님이신가요? 저는 온하준이라고 해요. 소유진 씨 소개로 연락드려요.” “아, 네. 온하준 씨. 소 대표님께 이미 전달을 받았습니다. 내일 아침 여덟 시 반에 선샤인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진은혜 여사님을 뵈러 가시죠.” 온하준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알고 계시는 거예요?” “네. 대표님께서 간단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임은택은 아주 전문가다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필요한 자료는 제가 전부 준비할 겁니다.” 온하준은 더 의아했다. “임 변호사님, 소유진 씨와는 어떤 사이예요?” “저와 대표님은 대학 동기이자 제 중요한 고객 중 한 명입니다.” 임은택은 설명하다가 멈칫했다. “온하준 씨, 혹시 대표님이 왜 온하준 씨를 돕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하나뿐이네요. 소 대표님은 아주 특별한 분이십니다. 계속 몇 번 만나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통화를 마친 후 온하준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유진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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