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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장 아무 말도 못 하는 고선호

고선호는 입을 꾹 다물고 나유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나유아가 짜증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의사 놈 찾아내서 너희 할머니 앞에 데려가면 다 해결될 일이잖아." "할머니 병원에 계신데 한 번도 안 가 보는 게 말이 돼? 내가 괜히 전화했겠어?" "할머니가 나를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할머니가 찾은 의사 때문에 나는 죽을 뻔했다고. 네가 제대로 얘기 안 한 거잖아. 그래서 할머니가 계속 내가 너한테 고자질했다고 생각하게 한 거잖아. 고선호, 나는 뭐 억울한 거 없는 줄 알아?" 나유아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는 고선호가 다른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집안에 모순은 본 척도 안 하고 해결할 생각도 안 하더니 무슨 일만 생기면 내 탓을 해? 정말 내가 죽어야 그 의사가 문제 있다는 거 인정할 생각인 거야?" "말을 그렇게 듣기 싫게 할 필요 없잖아." 고선호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데? 어르신이라는 이유로 나는 상처 받고도 다 참아야 하는 거야? 너는 내가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분명히 다 알고 있으면서 여기 와서 나를 질책할 자격 있어?" 나유아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고선호는 그런 나유아의 손을 잡았다. "나랑 같이 병원에 할머니 보러 가자, 내가 직접 얘기할게." "배지혜랑 가, 나 돈 버는 데 방해하지 말고." 하지만 나유아는 고선호의 손을 뿌리치며 그의 뜻을 거절했다. "나유아..." "나가, 나랑 싸우고 싶지 않으면. 우리 할머니 지금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나는 그거 싫거든, 마침 억울한 일 당했으니 할머니한테 남아서 같이 있어 달라고 할 거야. 네 할머니가 나 가족으로 안 여겨줘도 나 아끼고 사랑해 주는 할머니 있어." 나유아가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그럼 너희 할머니랑 우리 할머니 보러 갈게." 고선호가 방을 나서며 말했다. "미쳤어?" 나유아가 갑자기 일어서자 의자가 창가로 밀려나 빙글빙글 돌아갔다. "갈 거야?" 고선호가 다시 담담하게 나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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