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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누군지 알아내

그것은 마침 나유아가 원하던 바였다. 그녀는 계속 채소를 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는 일해. 나는 집에 가서 어르신 얼굴 보고 바쁜 너 대신 효도 좀 드릴 테니까." "너 이제 아예 나랑 등 돌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왜 말을 그따위로 하는 거야." 나유아의 말을 들은 고선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나유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나는 너 생각해서 그런 건데." 고선호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가운 얼굴을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냉랭하게 앉아 있던 그때, 나은희가 갑자기 고선호가 한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나유아에게 고선호를 도와주라고 했다. 나유아는 쓰레기통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마늘 껍질을 벗겼다. 두 사람은 꼭 서로 모르는 사람 같았다. 나은희와 아주머니는 주방 앞에서 한참 엿들었지만 주방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눈을 마주치더니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 싸운 게 분명해요." 아주머니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지만 나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유아가 아이를 낳지 못해 고선호가 그녀를 냉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하나 낳으면 안 싸웠을 텐데, 계속 이러는 것도 방법이 아니잖아.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나은희가 한숨을 쉬며 묻자 아주머니께서 웃었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는데 저희가 재촉했다가 괜히 화만 나게 할 수도 있어요." 성효진은 주인집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었다. 머지않아 세 사람은 식탁 앞에 앉았다. 고선호와 나유아가 동시에 자신에게 음식을 집어주는 모습을 본 나은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보곤 결국 한마디 했다. "너희 싸웠지? 선호야, 우리 유아가 뭐 잘못한 거야? 그런 거면 내가 유아 혼내주마." 그 말을 들은 고선호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할머니. 출장 다녀와서 힘들어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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