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직원은 곧바로 눈치채고 임천우에게 머스탱 한 대를 준비해 줬다.
장진호는 부가티의 보닛에 앉아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천우야, 레이싱은 처음이니까 내가 한 바퀴 봐줄까?"
"필요 없어."
임천우는 장난감 같은 차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서 시작해!"
임천우의 하찮은 표정에 장진호는 매우 불쾌했다. "준비가 되었다면 바로 시작하지!"
레인에서,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여자가 차의 앞쪽에 서더니 손에 든 깃발을 갑자기 내렸다.
"경기 시작!"
"부르릉..."
두 레이싱카는 굉장한 엔진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출발했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레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사람들은 모두 스크린을 바라보며 공중에 뜬 드론 각도에서 경기 상황을 지켜보았다.
"와, 진호 씨 부가티의 속도는 역시 굉장하네!"
"당연하지!"
"진호 씨는 레이싱 선수라서 챔피언십에서도 3등을 따냈다고. 그 촌뜨기는 산에 자라면서 트랙터나 몰아봤겠지!"
"하하하."
사람들은 스크린을 보며 임천우를 조롱했다.
윤시아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때, 두 사람은 마침 추격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들어섰다.
장진호는 부가티를 좌우로 위치를 바꾸며 임천우의 머스탱 앞에 막아 아예 추월하지 못하게 했다.
윤시아는 속으로 감탄했다.
장진호는 역시 프로 선수답게 스킬이 장난 아니었다.
임천우가 지금의 성적을 이룬 것만으로도 윤시아는 매우 뜻밖이었다.
훌륭한 프랑스어 실력에 괜찮은 레이싱 기술까지, 임천우도 그렇게 모자란 놈은 아니었다!
윤시아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저거 봐! 설아 코스를 지나서 진호 씨도 감속하기 시작했는데, 그 임천우는 왜 전력 질주하는 거야?!"
그제야 반응한 윤시아는 곧바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설아 코스는 설아산 레인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커브가 매우 아찔하다.
레이싱카는 설아 코스에 진입하기 전, 반드시 속도를 절반으로 감속하여 천천히 진입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진입하면 레인 밖으로 튀어 나가 큰 사고로 빚어진다.
하여 장진호는 부가티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설아 코스를 지나려고 했다.
하지만 임천우의 머스탱은 여전히 속도를 유지하며 코스 입구를 향했다.
"미친!"
"왜 저러는 거야?!"
사람들은 모두 머스탱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윤시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손잡이를 꽉 잡았다.
이 자식!
죽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윤시아는 다급히 외쳤다. "어서 제어실에 차 멈추라고 말해!"
하지만 경기는 이미 가열되어 제어실이 통제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부가티를 앞선 머스탱을 보자, 장진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촌뜨기 자식, 브레이크가 안 된다는 걸 이제 알았구나?"
"허허!"
"안타깝게도 늦었어!"
장진호는 부가티에 앉아 머스탱이 빠른 속도로 코스에 진입한 후, 큰 사고가 빚어져 차도 목숨도 잃는 비극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몇 초 후, 임천우의 머스탱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설아 코스에 진입했다...
"아!"
스크린을 보던 아가씨들은 모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큰 사고가 일어난 모습이 떠올랐다.
윤시아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윤시아가 아니었다면, 임천우도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 이게 가능해?"
모두가 멈칫하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임천우의 머스탱은 매우 빠른 속도로 극악의 코스, 설아 코스에 진입했다.
설아 코스는 총 18개의 커브가 있으며, 그중 4개가 큰 커브에 속했다.
이 4개의 커브는 비교적 가까이 붙어있지만, 각도가 이상해 조금만 빨리 달려도 차가 레인 밖으로 튀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임천우의 머스탱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설아 코스에 진입해 드리프트로 첫 번째 커브를 지났다.
곧바로 임천우는 똑같은 속도로 두 번째, 세 번째 큰 커브를 지났다.
그렇게 곧 네 번째 커브에 다다랐다.
이 네 번째 커브는 설아 코스에서도 가장 어렵고 위험한 커브로, 매해 이곳에서 사고를 당하는 레이싱 선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모두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윤시아는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속으로 기도했다.
임천우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것 때문에 임천우가 목숨을 잃는 건 싫었다.
그러면 할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그러나.
윤시아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스탱은 속도를 유지하며 네 번째 커브를 지나기 전, 갑자기 360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첫 바퀴를 돌자, 머스탱은 네 번째 커브에 진입했다.
두 번째 바퀴를 돌자, 머스탱은 네 번째 커브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세 번째 바퀴를 돌자, 머스탱은 이미 네 번째 커브를 지났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와!"
"360도 회전? 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임천우는 처음으로 설아 코스를 가속하면서 지나간 사람이야. 오늘 경기는 설아산 레이스의 레전드라고!"
"..."
사람들의 의논 속에서, 임천우는 머스탱을 운전하며 설아 코스를 완전히 지났다.
그러나 장진호의 부가티는 이제 첫 번째 커브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니 승부는 뻔했다!!!
몇 분 후, 머스탱은 굉음을 내뿜으며 종점을 지나 360도 회전하면서 멈춰 섰다.
모두의 시선 속에서, 임천우는 차 문을 열고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덤덤하게 말했다. "이런 운동은 너무 지루하네요. 그럼 마음껏 즐기세요!"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장진호는 챔피언십에서 메달을 건 사람인 데다, 프로 선수로서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르는 촌뜨기에게 지다니?!
참...
환호한 만큼 민망한 결과였다!!!
"부르릉..."
이때, 레이싱카 소리가 울렸다.
장진호가 부가티를 타고 돌아왔다.
부가티가 멈추자마자, 장진호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장진호를 바라보자, 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차... 차에 문제가 있는 거야!"
장진호는 속으로 욕을 퍼붓고 곧바로 머스탱의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으며 브레이크의 작동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