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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알고 보니 실력자

이때, 야구 모자 남자들은 이미 수색하기를 멈췄다.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다른 한 사람은 날카로운 칼을 여자의 목에 대고 무언가를 캐묻고 있었다. 강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방은 무기를 지닌 납치범이지만 자신은 고무 경찰봉밖에 없으니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때, 칼을 지닌 남자가 이웃집 여자의 목을 긋자 새빨간 피가 하얀 피부를 타고 흘러 내려오는 장면이 눈에 들었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강준도 망설이는 대신 방문을 힘껏 두드렸다. 쿵쿵쿵! 유난히 조용한 새벽 2시, 갑작스러운 소리에 방 안에 있던 두 명의 납치범은 물론 이웃집 예쁜 여자도 깜짝 놀랐다. 심지어 강준 본인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축축해지고 이마에서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니나 다를까 방문을 두드리자마자 칼 들고 이웃집 여자를 협박하던 남자가 펄쩍 뛰었고,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재빨리 칼을 들고 현관으로 다가왔다. 밖에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한밤중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지라 두 납치범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중 한 명이 도어 스코프를 통해 내다보자 얼굴이 피범벅이 된 남자를 발견했다. 눈이 팅팅 부은 걸 보니 방금 어디서 흠씬 두들겨 맞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야밤에 윗집은 왜 찾아왔단 말이지? 설마 들킨 건가?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밖을 몰래 훔쳐본 남자가 조용히 다른 사람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상대방은 재빨리 눈치채고 여자를 끌고 현관으로 걸어가 각각 양옆에 숨었다. 여자가 물었다. “누구세요?” 차분한 목소리는 당황한 티가 전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여유가 흘러넘쳤다. “아랫집인데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혹시 화장실 수도꼭지가 열려 있나요? 우리 집까지 물이 새잖아요!” 강준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칼을 든 남자가 여자의 옆구리를 칼끝으로 찌르자 그녀가 재빨리 대답했다. “수도꼭지 잠갔어요. 다른 데서 물이 샐 수도 있으니까 잘 확인해보세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바로 아래에 사는데 물이 새는 건 분명 윗집 문제일 거예요. 얼른 문 열어요. 대체 뭐 하는 짓이죠? 하루가 멀다고 하게 누수나 되고.” “우리 집 아니라고 얘기했죠? 경찰에 신고해 버리기 전에 더는 귀찮게 하지 마세요.” 이웃집 여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고해요! 지금 당장! 그쪽이 신고 안 하면 제가 할 거예요. 누수는 자기가 해놓고 어디서 큰소리지?” 강준은 말을 마치고 나서 휴대폰을 꺼냈다. 반면, 도어 스코프로 훔쳐보던 남자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강준을 보자 화들짝 놀라 얼른 이웃집 여자에게 문을 열라고 눈짓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본데 설령 목숨을 잃더라도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큼 어떻게든 막아야만 했다. “그럼 문을 열 테니까 직접 들어와서 확인해 봐요.” 이때, 이웃집 여자도 포박에서 풀려났고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이웃집 여자의 빼어난 외모가 강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다음으로 이웃집 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이렇게 상큼한 향은 여태껏 맡아본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은 본인도 알다시피 냄새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문 양옆에 칼을 든 유괴범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내 눈을 가늘게 뜬 채 살펴보았다. 상대방도 바짝 긴장한 채 그가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렸다. 강준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물론 경찰봉으로 한 놈의 칼을 쳐낼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이 공격할 게 뻔했다. 게다가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마음먹고 찌르기만 한다면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한낱 경비원으로서 싸움에 능한 편은 아니었고, 단지 일반인보다 몸이 좀 더 튼튼했을 뿐이다. 이웃집 여자도 어느새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쨌거나 위험천만한 상황인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한편으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눈앞의 남자가 과연 아랫집 사람이 맞을까? 대뜸 찾아와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이유는 뭐지? 집에서 절대로 물이 새지 않는다고 확신하므로 이웃이 찾아온 게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미소를 지었다. “정 못 믿겠다면 들어와서 직접 봐봐요.” “좋아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강준도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만 끌다가는 상대방의 의심을 받을 게 분명했다. 결국 심호흡하고 나서 앞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그리고 발을 떼는 순간 오른쪽에 숨은 납치범을 향해 경찰봉을 휘둘렀고, 동시에 잽싸게 허리를 숙였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칼로 찌를 걸 예상했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우선 재빨리 한 명의 무기를 쳐낸 다음 남은 한 명의 공격을 피하려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또한, 왼쪽에 숨은 납치범의 반응이 제발 느리기를 기도하며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내 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납치범은 본인들이 문 뒤에 숨어 있다는 걸 들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 명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경찰봉에 팔을 세게 얻어맞았다. 강준은 괴력을 발휘해 젖 먹은 힘까지 다해 경찰봉을 휘둘렀고, 심지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그리고 신속하게 주저앉을 때까지 다른 납치범의 공격은 개시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느새 이웃집 여자도 진압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마치 약속한 것처럼 강준이 경찰봉으로 오른쪽의 남자를 가격하는 순간 그녀도 질세라 손을 썼고, 팔로 공격을 막고 다시 들어 올리자 왼쪽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면서 팔꿈치가 순식간에 뒤로 90도 꺾였다. 그러자 남자의 팔이 금세 부러졌다. 쿵! 방문이 닫히면서 강준은 오른쪽에 숨은 납치범을 몸으로 밀친 뒤 경찰봉으로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한편, 이웃집 여자는 업어치기로 납치범을 바닥에 쓰러뜨린 다음 양손으로 다른 한쪽 팔을 들고 힘껏 당겨 어깨 관절을 탈골시켰다. 불과 몇십 초 만에 두 납치범은 동시에 제압되었다. “됐어요. 그만, 더 때리다가 죽을지도 몰라요.” 강준이 다른 납치범을 흠씬 두들겨 패고 있을 때 이웃집 여자가 말했다. 이내 우아한 몸짓으로 흐트러진 잠옷을 정리한 다음 칼을 집어 들어 강준에게 건네주었다. “잘 감시하고 있어요. 금방 올게요.” 그러고 나서 침실로 향했고, 곧이어 말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마도 통화하는 듯싶었다. 1분도 채 안 되어 이웃집 여자가 다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여성용 담배가 들려 있었고,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강준을 훑어보며 다가왔다. 칼을 든 강준은 바짝 긴장했다. 여태껏 살면서 비록 싸움은 적지 않게 했지만 실전을 접한 건 처음이었다. 무려 진짜 무기이지 않은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웃집 여자가 이 정도 실력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회상해보자 납득이 갔다. 다리를 일자로 찢고 허리를 꺾으면서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내는 유연성만 보더라도 혹독한 훈련을 거쳤으리라 추측했다. 따라서 호신술에 능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칼 꽉 잡아요. 만약 감히 반항이라도 한다면 심장을 향해 힘껏 찔러요.” 이내 강준을 지나쳐 말을 이어가면서 흠씬 두들겨 맞은 납치범의 팔을 잡고 위로 힘껏 꺾자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가 탈골되었다. 순간 외마디 비명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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