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장 이웃집 예쁜 여자

이내 말을 마치고 나서 정다은을 껴안은 채 밖으로 유유히 걸어 나갔다. “정다은!” 이때, 강준이 버럭 외쳤다. 정다은이 이렇게 매정한 여자였는가? 그동안 자신에게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은 전부 거짓에 불과했단 말인가? 아니면 지금 협박이라도 받은 걸까? 정다은이 멈칫하더니 몸을 돌렸다. 반면, 이천수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정다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준, 사실 너랑 진작에 헤어지고 싶었어. 우린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야.” “뭐...? 그럼 저 남자는 영원히 같이 있어 준대?” 강준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가 눈가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고, 심지어 눈앞의 사람이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그건 모르지만...” 정다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수 씨는 네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걸 주는 그런 남자야. 아마도 넌 평생 날 만족시켜 주지 못할 거야.” “그래.” 이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난 매일 다은을 만족시킬 수 있는데, 네 놈은 가능하겠어? 그리고 한 번 하면 3시간은 거뜬하다고, 하지만 넌 비교도 안 되겠지? 하하하!” 그는 누가 봐도 젠틀한 도련님 스타일은 아니었다. 말이 거칠뿐더러 성격도 안하무인이 따로 없었다. 이때, 정다은이 손에 있는 가방을 높이 들어 올리고 강준을 바라보았다. “이 가방이 얼마인지 알아? 무려 5,000만 원이야. 오늘 오후에 천수 씨가 사준지 얼마 안 되었거든. 고작 60만 원 월급으로는 쫄쫄 굶더라도 7년을 모아야 가방 하나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이제 지쳤어. 정말 지긋지긋해... 월셋방에 있는 내 물건은 전부 버려줘. 앞으로 다시는 돌아가는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이천수와 팔짱을 끼고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가요.” “하하하, 들었어? 거지 주제에!” 이천수는 욕설을 퍼붓더니 정다은을 껴안고 그녀의 앞섶에 손을 집어넣었다. “쿨럭!” 강준이 갑자기 피를 토해냈다. “준아!” 연기태가 다급하게 외쳤다. 정다은은 연기태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지만 여전히 앞만 주시한 채 이천수와 일행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라니, 손해 배상도 청구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안정우는 그나마 아량이 넓은 편인지라 연기태에게 강준을 데리고 병원에 가보라고 손짓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연기태는 강준을 부축해서 잽싸게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바를 나서는 순간 강준은 연기태의 손을 뿌리쳤다. “기태야, 고마워. 이제 괜찮아. 혼자서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 이내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더니 뒤돌아서 비틀거리며 길을 건너갔다. 연기태가 쫓아가려고 했지만 앞으로 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차를 보내고 나니 건너편에 강준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강준은 어두운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했고, 눈이 충혈된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1시간 정도 뛰어 집에 도착했고,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정다은과 4년 동안 만나면서 3년 가까이 동거까지 했는데 결국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진 꼴이 되었다. 눈물과 피가 뒤섞어 조용히 흘러내렸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고, 어둠 속에서 마치 시멘트 천장 너머로 밤하늘의 별과 달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만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물론 지난 4년 동안 정다은과 사귀면서 그녀를 애지중지 대하고 항상 달래주기 바빴던 사실은 인정했다. 한 마디로 정다은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마저 버릴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여자를 홀대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방적인 연애에서 결국 희생을 더 많이, 더 크게 한 사람이 상처받기 마련이다. “응? 왜 달이 보이지?” 그제야 강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이후로 불을 켜지 않았지만 설령 켰다고 한들 천장 너머로 있는 달이 눈에 보인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 이내 눈을 질끈 감더니 다시 천천히 뜨고 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콘크리트 천장이 점점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시선은 천장을 지나 더 깊숙한 곳을 향했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순간 작고 앙증맞은 발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내 완벽한 S라인 몸매로 요가 하는 여자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헉!’ 순간, 딱 붙는 트레이닝복 너머로 뽀얗고 매끈한 피부, 그리고 특정 부위를 벌떡 일으켜 세울 만큼 아름다운 나체가 고스란히 보였다. 강준은 패닉에 빠졌다.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렇게 하얀 피부와 완벽한 몸매를 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윗집 여자가 트레이닝복을 입었는데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점이 놀라웠다. 다시 말해서 여자가 발가벗고 그의 앞에서 요가 하는 셈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가장 은밀한 부위까지도... 아찔한 시각적 자극에 숨이 점점 가빠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꿀꺽! 입이 바짝 마른 탓에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낯 뜨거운 나머지 서둘러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있는 힘껏 부릅떴는데 마치 변태처럼 침을 줄줄 흘렸다. 이내 부끄러움이 밀려와 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자 여자의 몸까지 꿰뚫어 보게 되었다. 그녀는 아주 건강한 편이며 큰 문제점은 없었다. 나이는 27, 28살 정도이고, 단발머리에 최고의 몸매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고난도 동작도 척척 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리를 일자로 찢을 때면 차마 직시하기 힘들었다. 이때 강준은 여자의 등 전체에 새겨진 문신을 발견했다. 이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큰 꽃으로 아주 아름다웠다. 결국 홀린 듯이 지켜보다 여자가 요가를 마치고 나서야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곧바로 의혹을 지우지 못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거지? 시멘트를 뚫고 하늘의 별과 달이 보일뿐더러 인체를 투시할 정도라니? 조금 전 테스트한 결과로 유추하면 투시 거리는 대략 20m 정도였고, 이 범위를 넘지 않는 한 콘크리트 벽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설마 눈을 다쳐서 그런 건가?” 사실 눈은 지금도 따갑고 아팠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그리고 일시적인지 아니면 영구적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내일이면 이런 능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늦은 밤,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던 강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 친구의 배신을 당한 지 얼마 안 되어 하늘이 그에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주다니! 만약 이런 투시 능력이 한평생 간다면 정다은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이천수가 무릎 꿇고 패배를 인정하게 할 것이다. 이때, 위층에서 갑자기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강준은 흠칫 놀라더니 얼른 정신을 집중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윗집을 투시한 순간 벌떡 일어나 제 자리에 앉았고, 온몸이 소름 돋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윗집 거실에 어느 순간 꽁꽁 묶여 있는 요가 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두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집안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여자는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었고, 사지가 묶인 탓에 은밀한 부위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딱히 울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오히려 고집스러운 얼굴에는 서늘함이 감돌았다. 이에 강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다. 납치된 이웃을 발견한 이상 어찌 못 본 척하겠는가? 이내 신발장에서 고무 경찰봉을 들고 급히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윗집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조용히 입구 쪽으로 걸어가 다시 투시 능력을 발휘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