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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주은우는 방을 청소한 후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일곱 시쯤 주광욱은 주광호의 일가 네 식구를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 “은우야, 큰아버지께서 도착했으니 얼른 가서 차를 타와!” 주광욱은 빙그레 웃으며 주은우의 방을 향해 말했다. “아주버님, 형님...” 하영이도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며 인사했다. 두 사람은 담담히 고개만 끄덕였다. 열 살 남짓한 두 녀석은 하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흰색 반팔 셔츠 차림의 그는 오른손에는 삼성 폴더폰을 들고 있었고, 왼쪽 손목에는 올해 최신 제품인 댄스턴시계를 차고 있었다. “도련님, 너는 4000만짜리 차를 사는 것은 괜찮은데 좋은 집을 사는 것은 아까워요?” 주광호의 부인 장계영이 말했다. 37세 남짓한 그녀는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발랐다. 그녀는 제 욕심만 차리는 각박한 여자다. “이 집은 은우 공부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이제 은우가 대학교에 가면 집을 사줄까 고민 중이에요.” 주광욱은 체면을 차리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어, 주은우가 왜 아직 안 나왔지?” 장계영은 통통한 손으로 부채질하며 주위를 둘러본 뒤 시큰둥해서 말했다. “에어컨 트는 것도 아까워하니 너무 절약하는 거 아니에요?” 주광욱은 재빨리 자신의 방에서 선풍기를 꺼냈다. 주은우는 느릿느릿 방에서 나와 차를 우려냈다. “주은우... 너 나를 몰라?” 주광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연히 알죠.” “그럼 나 누구야?” 주광호는 무심히 물었다. “큰아버지!” “그럼 왜 나와 큰어머니께 인사드리지 않았어?” 주광호는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 장계영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몇 년 동안 읽은 책이 개 뱃속으로 들어갔어?” 주방에서 채소를 썰던 하영은 도마에 칼을 힘껏 내려쳤다. 주광호도 얼굴을 찌푸리며 아내를 노려보았다. 장계영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슬레이트 선을 들고 들고나오는 주광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어요. 아들이 틀리면 부모의 가르침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도련님이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주광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내가 저놈을 혼내 줄게요!” “그러는 큰어머니는 아이는 잘 가르쳤나요?” “주청하와 주청강은 저의 부모님께 인사를 했어요?” 주은우는 물컵을 들고 다가가 담담한 표정으로 장계영을 바라보며 따졌다. “너...” “이 자식이 감히 나를 훈계하려 해?” 화가 난 장계영은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어찌 감히 큰 어머니를 훈계할 수 있겠어요. 난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주성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있으면서 어찌 예의 방면에서 이렇게 형편이 없어요?” 주은우는 그녀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전생에 자신이 수능에 합격하지 못하자 이 집안 사람들은 자신과 부모님을 많이 모욕했다. 자기가 중병에 걸렸을 때 아버지는 큰아버지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돈을 비려달라 사정했으나 주광호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버지를 한바탕 때렸고, 죽어도 싸다고 했다. 이런 가족의 정은 없는 것이 나았다. “웃기는 소리야, 너 내 자식들과 겨룰 자격이 있어?” “내 딸의 성적은 상위권에 있어. 강성 대학교는 쉽게 갈 수 있다고.” “너의 아버지가 그러는데 너의 성적은 별로여서 전문대에 가기도 힘들다며?” “너 같은 사람은 나중에 반드시 사회의 좀이 될 거야!” 장계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주광욱은 그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눈에 노기가 번쩍였다. 이때 하영이 주방에서 나오며 음산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형임, 두분 손님이라면 우리는 두손 들어 환영하지만, 싸우러 온 거라면 쫓아낼 수밖에 없어요!” 두 집안 사이에 격차가 있으니 자신과 남편을 모욕하는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기 아들을 욕하는 것은 절대 허락할 수없다. 장계영은 하영의 손에 들려 있는 번쩍이는 식칼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주광호는 손사래를 쳤다. “됐어. 모두 말을 줄여요. 애들도 있는데 이러면 좋지 않아요.” “또 감히 함부로 내 아들을 대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 그렇게 알아요!” 하영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요리했다. 장계영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주광호는 그녀의 팔을 툭 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생네 부부가 무식한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이 따져?” 마음이 좀 편해진 장계영은 소파에 앉아 선풍기를 쐬었다. 방에 돌아온 주은우는 어머니가 자신을 감싸주던 따듯한 말을 회상하며 입가에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전생에 그는 말대꾸하지 않았고 장계영도 이렇게 과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자신이 도리를 따지니 장계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패기 있게 자신을 감싸줬다. 여덟 시쯤,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분위기는 답답했고 장계영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청하야, 너도 강성 대학교에 지원했니?” 주광욱은 미소를 지으며 조카를 향해 물었다. 주청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나도 지원했냐고 물으세요? 혹시 주은우도 강성 대학교에 지원했어요?” 주광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 오빠는 강성 대학교만 지원했어.” “푸흡...” 주청하는 즉시 웃음을 터뜨렸었다. 주광욱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왜, 너도 오빠를 업신여기니?” 주청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둘째 삼촌, 강현에서 강성 대학교에 붙을 수 있는 학생이 너무 적어요. 은우 오빠의 성적이 60점이라도 맞아 봤나요? 구정 때 성적을 발표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강성 대학교만 지원했어요? 난 그저 오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 하겠어요.” 주은우를 무시하는 비꼬는 말투였다 하필이면 주광욱과 하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들도 주청하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계영은 주광욱 부부의 얼굴이 파리를 먹은 것처럼 찌그러지자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녀는 일부러 괴상한 어조로 말했다. “청하야, 주은우에게 타격을 주지 마. 아니면 우리를 쫓아낼 수 있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주청강은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쫓아내려면 쫓아내라고 하세요. 이렇게 맛이 없는 음식은 처음 먹어봐요. 안 먹어도 돼요.” 화가 난 하영은 젓가락을 들고 밥공기를 찌르며 말을 하려 했으나 주광욱은 바로 눈치를 주었다. 주광욱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그녀는 분노를 삭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하던 주은우가 말했다. “1층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호텔이니 다들 호텔에 가서 먹는 게 어떤가요?” 주광호는 쌀쌀하게 말했다. “네 아비도 잠자코 말이 없는데 네가 감히 손님을 내쫓으려 해?” 주은우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큰아버지, 우리가 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있지만, 식사 분위기가 있어요? 큰아버지는 주성에서 돈을 벌었으니 저희에게 위세를 부리고 싶어서 온 거죠?” 이 말에 주광호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주광욱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주은우가 어떻게 내가 돈을 벌었는지 알아차렸을까?’ 주광호는 확실히 돈을 좀 벌었다. 원래는 주광욱에게 타격을 주려 했으나 그가 현대차를 몰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의 실제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돈을 벌었던 일을 꺼내서 이야기하려고 했다. 주광욱은 조광호의 점점 의아해지는 눈빛을 보며 황급히 술을 부었다. “형, 요즘 또 큰돈을 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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