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지난 2년 동안 박시후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진지함이 엿보였다. 강리아의 맑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자신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박시후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언의 동의로 받아들였다. 사실 그녀는 그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다정한 유혹을 이겨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몇 마디 다정한 말을 듣고는 마음이 금세 녹아내렸던 그녀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박시후는 눈에 은근한 미소를 담으며 얇은 입술로 그녀의 눈꺼풀에 살짝 입 맞췄다. 그의 동작은 섬세하고 부드러웠으며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강리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시야에 그의 매혹적인 목울대와 선명한 쇄골이 들어왔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작게 입을 열었다. “시후 씨는 단지 나와 자고 싶을 뿐이에요, 맞죠?” 박시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다. 그의 행동이 오직 육체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간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이 아니라 욕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맞다면, 줄 거야?” 박시후는 강리아와 잠자리를 원하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법적으로 부부였다. 그녀는 이혼을 원하고 그는 그녀를 원할 뿐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이유는 없다고 여겼다. 그는 그녀에 대한 육체적인 끌림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녀에게 최소한의 관심조차 없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와 얽혀 있을 리 없었을 테니까. “주고 싶지 않아요.” 강리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 억지로 한다면 내가 거부...” 그녀는 거부할 수 없었다. 남녀 간의 힘 차이는 명확했기 때문이다. 박시후가 정말 강제로 하려 든다면 그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리아의 말이 너무 직설적이었기에 박시후는 더 이상 그녀가 말을 이어가도록 두지 않았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