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장
강리아가 고개를 숙였지만 박시후는 기대했던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눈빛이 한층 더 깊게 가라앉았다.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떨어질 듯한 어두운 눈동자였다.
이혼을 위해서라면 이런 굴욕까지 참아내다니.
박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끝으로 손목시계의 유리 표면을 천천히 문질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유를 데려오는 것 말고도 이혼하기 전까지는 아내의 의무를 다 해.”
강리아의 목이 순간적으로 조여 오는 듯했다.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그 말은 그와 함께 박씨 가문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직 이혼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만은 피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이혼이 더욱 어려워질 테니까.
비록 박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잘 대해주고 지난 2년 동안 친분도 쌓았지만 그런 명문가의 사람들에게 남편의 외도가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일이 들통나면 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박시후를 꾸짖고 강리아에게 이혼하지 말라고 설득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일단 숨기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강리아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리아의 눈동자에 박시후의 단정하고 잘생긴 얼굴이 비쳤다.
그와 단 일 초라도 마주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그 고통은 설렘과 아픔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시후는 그녀가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책상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야. 네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혼 합의서를 가지고 그냥 나가면 돼.”
“알겠어요.”
강리아는 단호히 대답하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시후 씨도 약속해요. 그때가 되면 반드시 이혼해 주겠다고요.”
이혼을 향한 그녀의 간절한 태도는 박시후의 마음속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과거 그녀가 자신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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