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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오늘 강리아는 반드시 박시후를 만나겠다고 결심했다. 손정원은 그 상황을 자신이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화를 끊은 뒤 회의 중인 박시후에게 보고했다. 넓은 회의실 안 박시후는 회의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완벽한 슈트 차림에 그의 날카로운 얼굴에는 무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손정원의 보고를 듣자 그의 검은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올라오게 해. 마침 나도 따져야 할 일이 있으니까.” 10분 후 강리아는 박시후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바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강리아는 책상 앞에 서서 곧게 허리를 편 채 손에 든 이혼 합의서를 꼭 쥐고 있었다. 박시후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곧은 허리, 자연스럽게 등을 타고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박시후의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둘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 순간 강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오늘 박시후가 입은 검은색 슈트는 그녀가 결혼 1주년 기념일에 사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에는 그녀가 고른 넥타이가 아니라 임지유가 생일 선물로 준 넥타이가 매여 있었다. “이건 이혼 합의서예요. 확인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사인해 주세요.” 강리아는 단호하게 합의서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은 박시후는 뼈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겼다. 그는 제대로 대화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혼 합의서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책상 오른쪽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강리아에게 건넸다. 그건 임지유의 사직서였다. 순간 강리아의 마음이 살짝 동요했다. ‘임지유가 사직서를 냈어?’ 의아한 표정으로 박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네가 지유를 화나게 해서 떠난 거니, 네가 책임져야지.” 박시후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 내가 화나게 했다고요?” 강리아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의 아내, 그러니까 나도 그 여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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