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서유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똑똑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부드러운 음성과 강리아의 낮고 부드러운 말투가 마치 연인 사이의 다정한 대화처럼 들렸다.
그런데 강리아가 최근 박시후에게 말을 걸 때는 언제나 차갑고 냉랭하기만 했다.
지금 그녀의 태도는 더욱 분명했다. 낮지만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로 외쳤다.
“시후 씨?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이 어두컴컴한 방 안에 누군가가 있을 줄 강리아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몸부림치면 칠수록 남자의 팔은 더 단단히 그녀를 붙들었다.
“한밤중에 아무 남자나 집에 들이다니, 네가 유부녀라는 걸 잊은 거야?”
박시후는 그녀의 허리를 놓고 손목을 꽉 붙잡은 뒤 그녀를 돌려세웠다.
강리아는 그의 무릎 위에 앉게 되었고 두 사람의 몸은 완전히 밀착되었다. 그의 짙은 기운이 그녀를 휘감았다.
“유준 오빠는 시후 씨처럼 더러운 사람이 아니에요! 유준 오빠는 정직하고 품위 있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내가 더럽다고?”
박시후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더러운 게 뭔지 보여줄까?”
그는 그녀의 턱을 단단히 그러잡아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리고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깜짝 놀란 강리아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들리면 어쩔 거예요!”
박시후는 동작을 멈추고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왜? 네가 말하는 정직하고 품위 있는 서유준은 떳떳하고, 나는 아니란 말이야?”
그는 자신이 뭘 두려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합법적인 부부였다.
“누가 떳떳하지 못한데요? 내가 시후 씨 아내로 산 2년 동안 시후 씨는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아내로 인정한 적 있었어요?”
만약 2년 전에 결혼 사실을 공개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그녀가 강성한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이혼을 무기로 그를 위협하는 일도 없었을까?
박시후는 그녀의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인정을 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자격부터 갖춰야지.”
어둠 속에서도 그의 말은 그녀에게 모욕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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