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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심장이 쿵쾅거리며 고통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들었다. 강리아는 마음속의 이질감을 억누르며 몇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섰다. 자신이 직접 고른 도어락을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들어 암호를 입력했다. “암호가 틀렸습니다.” 기계적인 전자 음성이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암호가 바뀌었다. 허나영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벨 눌러요! 여기가 리아 씨 집인 것처럼 암호는 왜 누르고 있어요?” 허나영은 다가가 강리아를 제치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맞닿은 나무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임지유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두 사람을 확인한 후 문을 활짝 열었다. “안녕하세요, 지유 씨.” 허나영은 임지유의 남자 친구가 정확히 누군지 몰랐다. 그러나 인터넷 뉴스와 수백억에 달하는 이 고급 저택의 가치를 보니 소문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임지유에게 이전보다 더 공손하게 대했다. 아무리 자신이 디자인 업계에서 유명하더라도 결국 그녀는 디자이너일 뿐이었다. 임지유는 시온 그룹의 부대표로 게다가 박시후와 연관되어 있다면 곧 재벌가의 사모님이 될 터였다. 그녀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허나영은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강리아를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리아 씨, 지유 씨한테 인사해야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세계가 나뉘는 듯했다. 집 안에서 편안한 홈웨어를 입고 자연스럽게 서 있는 임지유를 보자 강리아는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쌓이며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 감정은 점점 커져 그녀의 가슴을 억누르는 듯했다. “다들 아는 사이인데,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요.” 임지유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들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제 남자 친구가 결벽증이 있어서요. 위생 덧신 좀 써주세요.” 허나영은 앞장서서 위생 덧신을 끼우며 현관을 둘러봤다. “지유 씨, 이 현관 그림 정말 예쁘네요. 이건 커플 반지 그림인가요? 이 반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혹시 한정판인가요?” 현관의 그림은 연필로 그린 스케치로 강리아가 직접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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