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강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죄송하지만 남자 친구분 성함을 알려주시겠어요? 결제하려면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녀는 자리에 일어서며 임지유를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오늘 화장이 짙었지만 덕분에 이목구비는 더 뚜렷하고 세련돼 보였다.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강리아는 박시후와의 관계를 밖으로 공개할 용기가 없었다.
임지유는 과연 그런 용기가 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소문과 사실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 바닥에서 소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이야기가 임지유의 입에서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임지유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말씀하시기 불편하면 그냥 다른 카드로 바꿔주세요.”
강리아는 카드를 내려놓으며 다시 그녀 앞으로 밀었다.
강리아의 태도에 임지유가 약간 밀리는 듯했으나 허나영이 그 분위기를 눈치채고 임지유를 대신 변호했다.
“리아 씨,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요? 그냥 주면 주는 대로 결제하면 되지!”
고객 이름을 확인하는 건 안전한 결제를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하지만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결제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강리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고객 정보를 확인하는 건 회사 규정입니다.”
“리아 씨, 정말 철저하네요.”
임지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치웠다.
“규정은 규정일 뿐이에요.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혹은... 결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도요. 규칙은 절대 사람을 구속하지 못해요.”
임지유는 다시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카드 뒷면에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허나영은 강리아의 고집에 답답해하며 카드를 들고 직접 결제를 하러 갔다.
응접실에는 강리아와 임지유만 남게 되었다.
임지유는 미소를 거두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드러냈다.
“리아 씨, 제가 틀린 말 했나요?”
강리아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서 있었지만 등 뒤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
“규칙이 아무 소용 없을지도 모르지만 규칙을 무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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