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장
‘아.’
강리아는 그제야 박시후가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가 뭔지 알아차렸다.
그녀가 서씨 가문의 디자인 의뢰를 받아서였다.
하지만 서씨 가문이 보낸 건 분명한 호의였고 박시후가 보낸 건 ‘옜다’ 하고 던져 준 동정 같은 거였다.
아마 박시후는 이런 태도로 강리아를 대하는 게 습관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제 태도에 대해 사과드리죠. 척도는 잴 필요 없어요. 제 머릿속에 있으니까. 설계도가 나오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괜찮은 것 같으면 계약금 내러 오세요.”
강리아는 가게에서 박시후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진우를 포함한 다른 디자이너들이 자꾸 이쪽을 힐끔거리기도 했으니까. 일을 크게 벌이면 박시후한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테지만 강리아한테는 타격이 크다.
밥그릇을 잃게 되는 건 물론 징계까지 받을 수 있기에 그건 모두 강리아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방금 디자인은 사모님 마음에 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손정원은 강리아를 귀띔하면서 여전히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고집했다.
강리아의 또렷한 눈은 끝을 알 수 없는 박시후의 까만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강리아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알았어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번거로웠겠네요.”
강리아는 애써 예의를 갖추며 두 사람을 향해 억지 웃음을 지었다.
박시후도 그걸 눈치챘지만 티 내지 않고 콧방귀를 뀌더니 떠나갔다.
이왕 한 연기를 끝까지 하자는 심정으로 강리아는 두 사람을 문 앞까지 배웅했고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그 순간 조나연이 곧바로 다가왔다.
“제가 방금 그 고객님을 검색해 봤는데 엄청 대단한 분이시더라고요. 리아 씨는 저런 사람을 어떻게 알았어요?”
“예전에 가사 도우미로 일했었거든요.”
강리아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리아 씨 도우미도 했어요?”
조나연은 부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분 집 엄청 크죠? 어쩐지 척도 재러 가지도 않는다 했어요.”
박시후와 관련된 예기라면 입에 담기도 싫었기에 강리아는 컴퓨터 앞에 앉아 화제를 돌렸다.
“이따가 점장님께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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