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장
강한 빛에 눈을 뜨지 못하던 강리아는 차가 옆으로 다가온 뒤에야 가늘게 실눈을 떴다. 그러자 익숙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낮은 클랙슨을 울리며 그녀 앞에 멈춰 섰다.
곧이어 차창이 내려가더니 차 안의 열기가 얼굴을 확 덮쳐 왔고 박시후의 또렷한 이목구비가 강리아의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마주친지 한참이 지나도록 강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박시후 역시 침묵했다.
‘뭐지?’
박시후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필 이 시간에 여기 서 있으면서 우연인 척하시겠다?’
박시후는 ‘연기’를 감상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리아를 고요하게 바라봤다. 그 눈빛에 강리아는 이내 도구 가방을 들고 몸을 돌려 박시후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으로 차차 사라지는 강리아의 뒷모습이 백미러에 비추자 박시후는 핸들 위에 느슨하게 올려 놓았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윽고 차를 후진해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강리아를 따라잡아 그녀가 가는 길목을 막았다.
강리아는 어깨에 도구 가방을 멘 채 두 손을 주머니 안에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시린 온도에 손은 점점 얼어만 갔다.
강리아는 박시후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날씨가 추웠으니까. 하지만 박시후는 강리아가 춥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뭐야? 차 팔았어?”
박시후는 우연을 가장한 강리아의 ‘수법’을 까발렸다.
그러자 강리아는 마지 못해 상황을 설명했다.
“척도 재러 왔어요. 저 별장.”
강리아는 몸을 돌려 손가락으로 별장을 가리켰다.
강리아가 가리킨 쪽을 돌아본 박시후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이 일대 부동산은 모두 박씨 가문 소유지만 강리아가 가리킨 집은 서씨 가문이 서유준을 위해 산 신혼집이었다.
“네가 인테리어를 맡았어? 뭐야? 서씨 가문도 파산했나?”
역시나 겨울 날씨가 아무리 추울 지라도 박시후가 사람 마음을 더 시리게 했다.
강리아는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박시후 차 바퀴를 힘껏 차고는 빙 돌아 가던 길을 갔다.
역시 박시후와 마주치면 좋은 말이 오가지 않는다.
“타. 데려다 줄게.”
박시후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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