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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박씨 가문 사모님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니. “저 여기서 일한 지 한참 돼요.” 강리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얼른 말을 돌렸다. “유준 오빠 집이라면 유명한 디자이너분께 맡기는 게 어때요? 저는 여기서 일한지 얼마 안 돼서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리아가 대답을 피하자 부현미는 눈치 있게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랑 시후 신혼집은 네가 직접 디자인했잖아. 내가 봤는데 엄청 잘했던걸. 유준이도 네가 디자인하는 거 동의했어. 걱정하지 마. 아줌마가 꽤 까다로워.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하라고 할 거야.” 강리아는 디자인을 수정하는 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그런 말조차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요. 그럼 시간 날 때 우선 척도부터 재고 해볼게요.” 강리아는 자리로 돌아가 옷을 챙긴 뒤 회의하는 주혁수에게 척도 재러 외출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가게를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이진우는 화가 난 듯 곧바로 옆에 있는 동료한테 얘기했다. “신입 주제에 고작 의뢰 하나 받더니 바로 으스대는 것 좀 봐요. 근무 시간에 밖에 놀러 가다니.” “그래도 서 대표님을 뒷배로 두고 있는 사람인데 관여해도 괜찮겠어요?” 다른 한 동료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면전에서 뭐라 하지는 못하겠지만 익명으로 제보할 수는 있거든요.” 이진우는 음험하게 눈을 번뜩이더니 핸드폰을 들고 강리아를 뒤따라 나섰다. 사무실 아래층에 마침 여성복 매장이 있었는데 서유나는 잠깐 동안 그곳에서 쇼핑을 즐겼다. 하지만 강리아가 근무 시간이라는 걸 생각해서 고작 십 몇 분만 돌아다닌 게 다였다. 그런데도 이진우는 그걸 찍어 본사에 익명 제보를 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강리아는 부현미와 서유나와 함께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다만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박시후가 사는 곳과 멀지 않는 곳이었다. 심지어 별장 2층에 서서 보면 강리아가 지난 2년 간 살았던 별장 모퉁이가 보일 정도였다. 강리아는 고개를 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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