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장
방 안은 암막 커튼이 단단히 내려져 있어 어둑했다.
침대 위로 길고 날렵한 실루엣이 희미하게 솟아올라 있었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깊이 잠든 듯했다.
강리아는 침대 끝에 서서 희미한 곤히 잠든 박시후를 바라보았다. 박시후는 눈을 감은 채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는데, 잠든 순간조차도 그의 존재감은 흐려지지 않았다.
그는 가끔 재택근무를 할 때면 지금처럼 오후쯤 짧게 낮잠을 자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강리아는 그의 옆에 누워 그를 바라보며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강리아는 그와 나란히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고,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러나 결혼 후 2년 동안 박시후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 일정했다. 밤늦게 돌아와 저녁을 먹고 곧바로 침실로 향했기에 하루 중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열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그가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고, 남은 시간에도 그는 그녀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서 때때로 아무리 피곤해도 좀처럼 잠들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옆에 누워 단 몇 분이라도 더 그를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처음부터 이 결혼과 이 관계는 그녀가 일방적으로 매달린 것이었기에 억울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박시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한 건 결국 그녀의 선택이었다. 사랑 앞에서 이성적이지 못한 채 깊이 빠져버렸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복잡하게 뒤엉켜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해지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참자. 승재만 회복되면 떠날 거야.’
어차피 참고 버텨야 할 시간이 남아 있다면, 괜히 박시후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화를 내면 다치는 건 결국 그녀였으니까.
강리아는 조용히 몸을 돌려 방을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점심을 거른 탓에 저녁은 한층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 같았던 그녀는 박시후가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식탁을 차렸다. 총 여섯 가지 반찬과 국 한가지로 풍성하게 차렸다.
박시후는 언제나 특정한 음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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