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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강리아는 초조하고 수치스러웠으며 화가 났다. 눈앞에 있는 박시후는 고고한 자태로 눈썹을 치켜 올리며 태연하게 강리아를 내려다보았는데 협박이 먹힐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설사 지금은 협박이 먹힌다고 해도 강리아는 나중에 박시후의 보복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리아는 입술을 깨물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후 씨, 제발 부탁...” 강리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고 중요한 순간이라 강리아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박시후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승재를 도와준다면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박시후는 강리아를 무시하는 표정과 어조로 되물었다. 사실 박시후는 강리아에게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예전처럼 온순하게 자신에게 순종하기를 바랐다. 지금의 강리아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강리아는 온갖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같았고 자신은 강리아에게 못된 짓을 저지른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시후가 되묻는 말에 강리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강리아는 박시후가 기뻐할 만한 것을 내세울 게 없었다. 2년 동안 박시후의 냉담한 얼굴은 오로지 강리아와 관계를 가질 때만 통제력을 잃었다. 그 외에는 강리아가 무슨 일을 하던 박시후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강리아가 시선을 내리깔자 촘촘한 속눈썹이 눈 밑에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박시후는 사무실 책상에 몸을 기대며 침묵하고 있는 강리아의 턱을 잡아올려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그는 물건에 값어치를 매기는 듯한 시선으로 강리아의 매끄럽고 하얀 얼굴을 훑어보았다. “네가 잘못한 걸 이제 알겠어?” 박시후는 비웃음이 담긴 냉소적인 눈빛으로 강리아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 며칠간 차곡차곡 쌓아왔던 강리아의 강직한 다짐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건 박시후가 강리아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만약 강리아가 얌전히 잘못을 인정한다면 모든 것은 평소와 다름없을 것이다. 박시후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강리아를 감쌌다. 그는 강리아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강리아는 물기 어린 눈동자로 박시후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했다. 강리아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몰랐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이 강승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난...” 강리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에 벨 소리가 울려 퍼졌고 손정원은 재빨리 뒤돌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잠시만요.” 곧이어 손정원은 경직된 동작으로 핸드폰을 강리아에게 건넸다. “사모님, 변호사님 전화예요.” “네?” 강리아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손정원이 건네는 핸드폰을 쳐다보았을 뿐 무슨 상황인지 몰라 섣불리 전화를 받지 못했다. 한편 박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정원이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노려봤다. 섬뜩한 박시후의 시선에 손정원은 머리털이 쭈뼛 서 곧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강리아 씨, 주현수 변호사님 로펌입니다. 지금 바로 강리아 씨 남동생과 관련된 자료를 챙겨서 사무실로 와주세요. 변호사님이 강리아 씨 남동생 사건을 자세히 알고 싶어 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엄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알겠습니다!” 강리아는 재빨리 대답하며 아직까지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박시후의 손을 뿌리쳤다. 남은 한쪽 손으로 사무실 테이블을 짚고 있던 박시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손끝이 하얗게 변하더니 여유롭던 태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박시후는 손목을 주무르며 음산한 눈빛으로 손정원을 쳐다보았다. 한순간 커다란 사무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강리아는 침을 삼키며 손정원과 박시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전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어느 부분에서 일이 틀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강리아는 진실을 알아볼 겨를도 없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거기 서.” 이때 박시후가 차갑게 명령했다. 박시후가 팔을 뻗어 강리아의 허리를 휘감아 뒤로 당긴 탓에 강리아는 몇 발자국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내 강리아는 고개를 돌려 간절한 눈빛으로 박시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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