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장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면 박시후는 어김없이 피임약을 건넸다.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삼켜야 했다.
몇 번을 반복해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이 상황은 강리아의 가슴을 조여왔다.
박시후가 약을 꺼내기 전에 스스로 챙겨 먹는다고 해서 그의 태도가 달라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는 덜 비참할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약을 가로채듯 가져갔다.
그러자 박시후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약병을 닫아 서랍에 넣었다.
“앞으로는 눈치껏 행동해.”
박시후의 말은 서유준과 엮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강리아는 그의 거친 키스 탓에 부어오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퍼졌다. 그녀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이내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강리아는 박시후가 왜 갑자기 이렇게 과격하게 관계를 요구했는지 묻고 따지는 것도 귀찮았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던 그녀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예전에도 이런 날들이 있었다.
박시후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늘 거칠었다. 그럴 때마다 강리아는 며칠 동안 뼛속까지 뻐근한 채 버텨야 했다.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아침이 밝기도 전에 다시금 사무치는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 강리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기운 없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는 순간, 어젯밤의 잔상이 다시금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부어오른 입술, 목덜미를 따라 이어진 선명한 흔적들... 욕실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오자, 아찔한 혼란이 밀려왔다.
‘이걸 아주머니가 보면...’
강리아는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샤워를 마친 후 욕실을 말끔히 정리했다.
그런 뒤 목에 남은 흔적을 가리려고 일부러 하얀색 목폴라 니트를 골라 입었지만, 부어오른 입술만큼은 가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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