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장
해 질 무렵 강리아는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에덴 가든의 디자인 도면을 최종적으로 수정한 후 문제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임지유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창밖은 점점 어두워졌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실내는 조명이 흐릿하게 깔려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던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동해 아래층으로 내려가 유순자를 도와 저녁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되어갔다.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보내던 시간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문득 그때가 그리워졌다.
무엇보다도 요리하는 동안만큼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사모님, 보니까 대표님이 사모님 요리를 꽤 좋아하시더라고요. 시간 되시면 나중에 레시피 좀 적어주세요. 저도 연습 좀 해야겠어요. 대표님이 워낙 바쁘시잖아요. 몸이라도 잘 챙겨야죠.”
유순자는 곁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봐 왔다.
강리아가 손을 대기 전 튀김이 망가져 버려서 버릴까 했던 생선조차 박시후는 절반 이상 먹어 치웠다.
반면 정성 들여 차려낸 유순자의 요리는 늘 반 이상 남았다.
“주말에 시간 있으면 같이 저녁 준비해요.”
강리아는 능숙한 손길로 안심 한 덩어리를 손질하며 말했다.
“입맛이 좀 까다로운 건 사실이니까... 나중에 못 먹는 음식들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그냥 말로 하면 안 된다.
박시후가 안 먹는 음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수도 먹고 생강도 먹지만 같은 요리에 고수와 생강이 함께 들어가면 절대 안 됐다.
볶은 오이는 싫어하면서도 오이로 한 냉채 요리는 잘 먹었다.
“사모님, 대표님 챙기는 데 정성이 대단하세요. 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외우기가 쉽지 않아요. 나중에 적어주시면 여기...”
유순자는 웃으며 냉장고를 가리켰다.
“냉장고에 붙여두면 매번 재료 꺼낼 때 확인하면 되겠죠?”
정성이라기보다는 습관이었다.
박시후의 이런 취향을 익히는 데 2년이 걸렸다.
어쩌면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작은 습관들도 있었다.
결혼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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