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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장

“네가 하루라도 그 사람 얘기 안 하면 난 하루라도 더 빨리 잊을 수 있어.” 강리아는 선글라스를 벗고 차에서 내린 뒤 문을 닫았다. 이제는 ‘포커페이스’란 걸 배워 매일 박시후를 마주해도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유나 외에는 아무도 박시후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렇게 조금만 더 버티면 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중에 얘 진짜 실연하고 헤어지면 우리도 옆에서 계속 그 사람 얘기해보자. 그때 가서야 제대로 된 기분을 알겠지.” 멀지 않은 곳에서 서유준이 팝콘 두 개와 밀크티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리아는 몸을 살짝 비켜서며 그를 바라보았다. “유준 오빠? 오빠도 온 거예요?” “우리 오빠 맞긴 해?” 서유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나한텐 너희 둘이 부모님 다음으로 제일 가까운 사람이야. 주말마다 둘 다 챙기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고!” 서유준이 가볍게 웃었다. “확실해? 오빠가 우리를 챙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오빠 챙기는 게 아니고?” 서유나는 말문이 막혀 고개를 홱 돌리더니 강리아를 바라보았다. “우리 오빠 이번에 귀국하고 나서 다시 안 나간대. 그동안 나한테 못 해준 거 갚겠다고 주말마다 나랑 같이 있겠다고 하더라. 근데 난 원래 친구보다 가족을 우선시하잖아? 네가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올 거야!” 그러고는 강리아의 팔을 끼고 끌어당기며 영화관 안으로 향했다. “내 입이 좀 거친 건 알지? 근데 네가 또 박시후 씨한테 흔들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 그렇게 이층 계단을 오르며 두 사람은 서유준 앞에 다다랐다. 그는 강리아에게 밀크티 한 잔과 팝콘을 건넸다. “영화 티켓은 유나가 갖고 있어. 너희 둘만 보고 와. 난 밖에서 기다릴게.” “같이 안 볼 거예요?” 강리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이 영화는 이미 봤어. 너희끼리 봐.” 서유준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영화관 안으로 들여보내고 휴게 공간에 앉았다. 영화관에 들어가면서 강리아는 마지막으로 한번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서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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