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장
“피임약이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살짝 아려왔지만 한숨을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약병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침대 머리맡에 놓인 물을 들어 마셨다.
그 사이 박시후를 바라보았다. 박시후의 냉담한 시선도 강리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약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강리아가 순순히 약을 삼키자 박시후는 약병을 제자리에 두고 돌아서서 서재로 갔다.
박시후가 요즘 바쁘다는 걸 강리아도 느끼고 있었다.
오미연이 출장 갈 때마다 시차 때문인지 박시후가 한밤중에 화상회의를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한 알의 피임약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잠이 확 달아났다.
결국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한참을 뒤척인 끝에 겨우 졸음이 밀려왔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뻗어 옆 베개 밑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넘겨 통화를 받으며 무심코 입을 뗐다.
“시후 씨...”
“여보세요...”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임지유의 목소리는 한없이 나른하고 여린, 묘하게 유혹적인 느낌이 섞여 있었다.
반면 강리아의 목소리는 잠기고 거칠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 정적이 흘러 강리아는 눈을 뜨고 손에 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박시후의 전화였다.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으로 걸어오던 박시후는 강리아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고는 곧장 다가와 거칠게 핸드폰을 낚아챘다.
“누가 내 전화 받으라고 했어?”
힘이 너무 센 탓에 강리아는 팔이 잡아당겨지며 침대 위로 넘어졌다.
흩어진 긴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는 얼떨떨한 눈빛을 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내가 전화 받으면 임지유와의 관계가 깨지기라도 하는 거야? 아님 임지유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는 건가?’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다름 아닌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것이었다.
박시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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