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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장

수화기 저편, 손정원은 박시후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박시후는 강리아를 감시하기 위해 커셔 디자인 대회를 후원하기로 한 자신의 행동이 덧없게 느껴져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계약 직전까지 진행된 일을 아무 이유 없이 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커셔 건은 부대표한테 맡기고 넌 손 떼.” “네.” 한편 손정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디자인 대회를 후원하시려는 거지?’ 하지만 잠깐 고민하던 손정원은 곧 강리아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님과 관련이 있는 건가?’ 하지만 차마 묻진 못한 채 통화는 종료되었다. 같은 시각, 박시후는 며칠간 답답하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그의 관심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수작을 부리는구나 싶어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불쾌하긴커녕 묘한 흐뭇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박시후는 이 묘한 감정의 변화를 결국 그를 잊지 못하는 여자에게 느끼는 우월감, 남자로서의 자존감 회복 정도로 결론 내리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엘리베이터로 병원의 VIP 병실로 향했다. 병실, 병원복 차림이지만 너무나 좋은 안색의 최여정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엔 정말 너희 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줄 알았다니까.” 반면 병실 침대맡에 선 박시후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했다.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기라도 하신대요?” 이토록 정정한 최여정이 아프다는 말을 믿느니 세상을 뜬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소리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박시후였다. 한편, 아프지도 않은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최여정은 손가락 틈으로 살짝 손주의 눈치를 살폈다. “어젯밤 꿈에 네 할아버지가 나왔어.”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하세요.” “네 할아버지가 걱정이 많아 보이더라. 결혼 2년 차에 자식 한 명 못 보고 있다고. 너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말이야. 검사라도 받는 게 좋겠다던데?” 최여정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세상을 뜬 남편의 입을 빌려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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