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장
한편, 강리아는 박시후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미 결혼한 건 변함없는 사실인데 그걸 밝혀달라 얘기하는 게 그렇게 큰 일인가 싶었다.
‘대외적인 명분 하나 없이 그의 수발을 들길 바라는 건가? 그건 아내가 아니라 하녀나 다름없잖아. 사람들 앞에선 항상 임지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난 마음이 편했는 줄 알아? 내가 그렇게 우습나?’
하지만 곧 강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러움, 그리고 이런 당연한 요구조차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비참함이 담긴 한숨이었다.
‘그래... 내 꼴이 우습긴 하지.’
가난한 집안, 아픈 동생, 겨우 2천만 원에 부들부들 떠는 그녀가 얼마나 우습게 느껴질까 싶었다.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에 비친 박시후의 얼굴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네 내조 같은 거 필요 없어.”
‘그냥 2년 동안 익숙해진 것뿐이야. 그전엔 혼자 잘 살았잖아. 다시 이렇게 지내는 것도 익숙해질 거야.’
말을 마친 박시후가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라고 못 박진 않은 그의 태도를 떠올리며 강리아는 생각에 잠겼다.
‘결국 우리 사이를 밝히진 않겠다는 거네. 그럼 내가 이긴 건가?’
고개를 숙인 강리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실렸다.
샤워를 마친 두 사람은 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안방, 강리아의 허리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방금 전 다툼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박시후는 뻔뻔하고 집요하게 다가왔다.
벌레 보듯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남자가 지금은 이렇게 뜨거운 눈을 하고 있다는 게 강리아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박시후의 코끝에서 나오는 숨결이 강리아의 귀를 간질였다.
착잡한 마음에 그를 밀어내려던 그때, 살짝 잠긴 목소리의 박시후가 말했다.
“아내면 아내의 의무를 다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요.”
체념한 듯 살짝 힘이 빠진 목소리가 박시후에겐 왠지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둠 속, 박시후는 흐뭇한 눈으로 강리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결국 그의 손바닥 안이라는 사실이 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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