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장
대충 앞치마로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강리아가 빠른 걸음으로 거실로 다가와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서유나에게 조용하라는 의미로 쉿 하는 제스처를 한 강리아는 베란다로 향했다.
“어디야?”
박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유로운 말투와 달리 통제욕이 묻어있는 질문에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괜히 손가락으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던 강리아가 대답했다.
“야근 중이에요.”
“흐음...”
의미를 모를 소리와 함께 영겁 같은 정적이 이어졌다.
혹시 전화가 끊긴 건 아닌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지만 통화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할 얘기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언제 들어올 건데?”
그제야 입을 연 박시후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니다. 내가 데리러 갈게.”
‘데리러 오겠다고?’
과거의 그녀로선 상상도 못 할 대접이었지만 지금은 달갑지 않았다.
“네?”
“30분 뒤에 로비로 내려와.”
그의 목소리에선 어느새 짜증이 묻어나고 있었지만 강리아는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아니에요.”
“뭐?”
처음 건넨 호의를 가차 없이 거절해 버리자 조금 당황한 박시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알아서 들어와.”
전화를 끊어버린 박시후는 이불이라도 걷어차고 싶은 기분이었다.
야근으로 밥은 밖에서 먹고 들어올 예정이라는 유순자의 말을 들은 순간 데리러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후회스럽고 그런 호의를 거절해 버린 강리아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지금 밀당하는 거야? 이렇게 튕기면 내가 한 번 더 말할 줄 알았나? 아니.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수야 없지. 지금쯤 아마 되게 후회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들로 조금 스크래치 난 마음을 위로하던 박시후는 차키를 챙겨 회사를 나섰다.
30분 뒤, 저택에 도착한 박시후가 차에서 내린 그때,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하며 계단을 오르려던 박시후가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서유준의 차에 오르는 강리아의 모습, 함께 보미안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 창문을 통해 찍힌 강리아가 요리를 하는 모습,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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