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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내가 한 번 봐달라고 뇌물 좀 줬지.” 서유준이 싱긋 웃었다. “가자. 유나는 이미 도착했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서유준을 바라보던 강리아는 어깨를 으쓱하곤 별생각 없이 아파트로 들어섰다. 한편 아파트 단지를 누비던 드론 한 대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아직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들도 많고 쓰던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어 아파트는 여전히 누군가 사는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였다. 슬리퍼로 갈아신고 거실로 들어간 강리아의 시야에 양반다리를 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서유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도라도 닦는 듯 짐짓 눈까지 감고 있던 서유나가 말했다. “오빠는 밥하러 가고. 강리아, 넌 와서 고해성사나 해.” “싫은데?” 그 모습에 웃음이 터진 강리아였지만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은 내가 대접하기로 했잖아. 장도 네가 보고 요리도 오빠가 하면 난 뭐 하는데?” “뭘 해야 하냐라.. 하.” 차갑게 웃던 소유나가 말을 이어갔다. “몰라서 물어? 내 앞에서 반성하고 참회를 해야 할 거 아니야.” 한편 자연스레 주방으로 향하던 서유준은 아직도 날카로운 서유나의 목소리에 힐끗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오빠의 시린 눈빛에 서유나는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 그래. 화 안 낼 테니까 똑바로 얘기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두 사람 얘기 나누고 있어. 요리는 내가 할게.” 그레이 톤 정장 재킷을 벗은 서유준은 소매를 걷고 바로 주방으로 쏙 들어갔다. “내가 도와...” 강리아도 일어서려던 그때, 서유나가 그녀의 어깨를 꾹 눌렀다. “그렇게 요리가 하고 싶으면 조금 있다가 거들던가. 일단은 다 불기나 해!”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한 모습에 강리아는 결국 왜 다시 박시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뒤에야 손에 힘을 푼 서유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승재는 좀 어때? 병원비는 얼마나 들 거래? 얘기만 해. 나 돈 많아!” “치료받는 중이야. 병원 간호사분들이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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