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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진시준은 욕실에서부터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나온 후 그는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무심코 물었다. “누구 전화 왔어?” 순간 주미나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 “사기 전화라 몇 마디 욕하고 끊었어.” 진시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소파에서 옷을 집어 들고 갈아입으러 가려고 했다. 이를 본 주미나가 바짝 긴장하더니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 “모레면 결혼식인데 오늘 나랑 함께 있어 주면 안 돼?” 진시준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처음부터 말했지, 모든 건 연기일 뿐이라고. 계약 결혼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이 손 놔!” 갑자기 돌변한 그의 태도에 주미나는 식겁하며 얼른 손을 거둬들였다. “알았어, 미안해... 시준아.” 옷을 다 갈아입은 후 진시준은 휴대폰을 챙겨서 곧장 문밖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고 기사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분부하며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어느덧 연나은과 약속한 시간을 놓쳐버렸다. 진시준은 그녀가 또 홀로 속상해하고 있을까 봐 잠시 고민한 후 끝내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전화가 꺼졌다는 안내음이 들려왔고 또다시 걸어봐도 연결이 안 됐다.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결국 집사에게 전화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은 씨 한 시간 전에 외출하셨어요. 캐리어를 들고 나가셨는데 아마도 그림 그리러 간 것 같아요.” 그림? 어두컴컴한 오밤중에 날도 추운데 대체 어디 가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인가? 설마 그가 약속을 어겨서 또 화내며 가출이라도 한 걸까? 몇 년간 그녀가 해온 수많은 ‘악행’을 되새겨보니 가출도 딱히 못 할 건 없었다. 진시준은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어 개인 비서 송여진에게 연락해 당장 연나은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하라고 명령했다. 송여진이 곧바로 그녀의 위치 정보를 보내왔다. 이미지를 열고 공항이란 두 글자를 본 순간 진시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기사에게 공항으로 가라고 분부했다. ‘다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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