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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2, 1 모형의 촛불은 어느덧 다 타서 녹아버렸고 하얀색 생크림이 식탁 주위에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가운데 리본 묶음을 한 선물 박스가 어렴풋이 보였다. 박스 위엔 은행카드가 한 장 놓여 있었는데 그건 연나은이 진씨 가문에 들어온 후 진시준이 선물해준 카드였다. 카드 아래에는 메모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펼쳐보니 왼쪽 상단에 생일 축하 문구와 이미지가 새겨져 있고 그 옆엔 익숙한 필체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첫 줄부터 진시준은 이를 악물게 되었다. 다 읽은 후에는 너무 화난 나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고 섬뜩한 말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21살 되니 다 컸네 아주! 그래 좋아, 아주 잘했어!” 그의 시선이 빨간색 선물 박스에 닿는 순간 충혈된 두 눈에 광기가 어렸다. 연나은이 정성껏 고르고 예쁘게 포장한 신혼 선물을 가차 없이 내던져 유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장식벽 전체가 곧바로 금이 갔다. 선물 박스가 그대로 흩어지고 안에 들어있던 물건에 생크림까지 묻은 채 바닥에 떨어졌다. 거실에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돌처럼 굳어버렸다. “다 뒈졌어? 당장 나은이 찾아내란 말이야!”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뭇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서 허둥지둥 사방으로 달려갔다. 한편 진시준은 온몸에 기운이 쫙 빠져서 소파에 털썩 누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비서 박지민이 옆에서 전전긍긍하며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님, 나은 씨 휴대폰 위치 추적 결과가 나왔는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요. 아무래도 비행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즉시 항공사에 목록을 보내 달라고 촉구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2층에 있던 집사도 큰소리로 외쳤다. “대표님, 나은 씨 방에 아무것도 없어요. 물건이 싹 다 사라졌다고요!” 진시준은 벌떡 일어나 2층으로 달려갔다. 방에 들어가 옷장을 열어보아도 캐리어를 뒤져보아도 전부 텅 빈 상태였다. 텅 빈 방안을 쭉 둘러보던 진시준은 전례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이성을 부여잡고 다른 방으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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