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배다은이 머리를 숙이자 웬 꼬마가 그녀의 두 다리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짜증 섞인 기색이 스쳤지만 금방 사라졌다.
배다은은 허리를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맞아.”
“꼬마야, 왜 혼자 여기에 있어? 부모님은 어디 계셔?”
그녀는 정교한 외모의 아이를 빤히 쳐다봤는데 두 눈동자가 유난히 아름답게 빛났다.
부모님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틀림없었다.
하선우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녀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다들 이모가 우리 아빠 뺏어갔다는데 이제 그만 아빠 돌려줄 수 있나요?”
순간 배다은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주위에 있던 몇몇 재벌가 사모님들도 언짢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들과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제일 질색하는 게 바로 연예인 출신의 내연녀이니까.
“가증스러운 것!”
“육 대표를 놔두고 다른 남자를 꼬신 거야?”
“어쩐지 육 대표가 줄곧 결혼식을 안 올리더라니. 이런 여자는 그냥 갖고 놀다 버리는 게 답이야.”
배다은은 멘붕 직전이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쪼그리고 앉아서 하선우를 빤히 째려봤다.
“꼬마야, 혹시 사람 잘못 본 거 아니니?”
“우린 처음 보는 사이인데? 난 너희 아빠가 누군지도 몰라.”
말을 마친 배다은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어깨에 양손을 얹으며 목소리를 내리깔고 협박 투로 말했다.
“야 이 자식아, 한 번만 더 헛소리 지껄이면 바다에 확 내던져서 고기밥이 될 줄 알아!”
그녀는 하선우가 평범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녀석이 연기하기 시작했다.
하선우는 곧장 그녀의 손등을 내리치더니 울먹이며 소리쳤다.
“잘못했어요, 이모. 나 그만 꼬집어요! 너무 아프단 말이에요. 흑흑...”
배다은이 얼른 손을 내려놓았다.
“내가 언제 꼬집었다고 그래?”
주위에 있던 기자들이 서둘러 이 장면을 찍었다.
하선우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연기를 이어갔다.
“이모, 죄송해요. 진짜 일부러 이모 터치한 거 아니에요. 나 그만 때려요. 바다에 내던진다는 소리도 하지 말아요. 고기밥이 되기 싫단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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