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딱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아영은 누가 봐도 뛰어난 미인이었다.
항상 곱게 묶던 머리를 오늘은 훌어헤친 그녀의 흰 피부와 정교한 이목구비가 워낙 돋보였다.
조주석에 앉은 그녀는 쿠션으로 점을 가린 뒤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방금 전까지 청순하던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커리어 우먼으로 바뀐 모습이었다.
“왜 가리는 거야?”
한참 뒤에야 강아영은 그가 가리키는 게 콧등의 점임을 알아차렸다.
“너무 바보 같아서요.”
26세 여성 대표인 강아영은 회사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꽤 신경 쓰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콧등의 점은 왠지 모를 색기까지 가지고 있어 가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서지훈은 운전에 집중했다.
강아영도 괜히 말을 걸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용한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의 소개팅을 너무나 흔쾌히 오케이했던 서지훈의 모습이 떠오르며 강아영은 또다시 씁쓸해졌다.
시간을 돌려 식사 전, 그녀가 주방에서 요리를 만들 때쯤, 안지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김선애가 대신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었다.
“공주마마, 나 헌터바에서 되게 잘생긴 남자애들 만났다? 너랑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던데.”
생각지 못한 내용에 강아영은 당황했고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던 아주머니들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먼저 목소리를 낸 건 김선애였다.
“그래, 지은아. 저녁 먹고 지훈이가 아영이 데려다줄 테니까 그때 만나서 얘기하렴.”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김선애는 공장에 차를 세우고 온 강아영을 소개팅 자리까지 데려다주라며 서지훈에게 말했고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비록 이혼을 마음먹긴 했지만 몇 년간 마음을 가득 채웠던 사람을 비워내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고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서지훈의 모습이 그녀에겐 상처로 다가왔다.
잠시 후, 헌터바.
차에서 내린 강아영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역시 고개를 끄덕인 그가 차 시동을 걸었다.
한편, 이 같은 두 사람의 상태가 서지훈은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쓸데없이 들러붙지 않는 강아영의 모습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약 10분 뒤,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신지한이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등이 파인 니트 차림의 강아영이 룸 밖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앞에서 볼 때는 심플한 디자인처럼 보이던 그레이톤 니트가 뒤로 보니 어깨부터 노출이 되어 허리춤에서 리본 모양으로 묶인 디자인이었다. 하얀 등과 검은 머리카락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고급스러움과 섹시함이 동시에 연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식사 내내 코트를 입고 있었던 거야? 엄마 앞에서 그런 옷을 입으면 방탕한 여자처럼 보일까 봐?’
...
같은 시각, 소파에 앉은 강아영은 일렬로 앉은 남자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
“다들 이쁘긴 한데. 난 이쁜 남자는 별로라서.”
살짝 가까이 다가온 안지은이 말했다.
“그 절세미남이랑 비교하지 말고 그냥 객관적으로 봐.”
서지훈은 잘생긴 얼굴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독보적인 사람이라 비슷한 걸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하여간 계집애 눈만 높아선. 얘한테 누굴 소개해 주면 되려나...’
강아영은 이력서를 펼쳐보다 4장을 뽑아 안지은에게 건넸다.
“연예인 오디션을 뭐 이런 데서 보니? 너 요즘 세상에 이러면 큰일 나. 첩 간택하는 황제도 아니고.”
“널 황제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일단 이 네 명부터 두루 만나보자. 잃어버린 지난 3년 제대로 돌려받아야 할 거 아니야.”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던 신하준은 서지훈의 표정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안으로 들어왔다.
“형수님, 형이 할 말이 있다는데요?”
“네? 집으로 간 거 아니었어요?”
강아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