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고현우는 마치 고통스러운 일을 겪기라도 하듯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결국 깊은숨을 내쉬더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박하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진짜 이혼할 거야?" 내가 아직도 고현우가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있었기에 반응이 늦어졌다. "응." 하지만 정신을 차리자 바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현우는 숨을 크게 내뱉었다. "내일 오전, 시청 앞에서 기다릴게." 그러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육지연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차로 걸어갔다. "설마 박하윤한테 미련 있는 거야?" 얼마 가지 않아, 육지연은 바로 고현우의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네가 나 괴롭혀놓고, 왜 내가 이득 본 것처럼 굴어?" "됐어, 그만해." 고현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그녀한테 차 문을 열어주었다. "타." 차가 멀리 떠나가서도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고현우가 이렇게 이혼을 동의하겠다고 한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그제야 웃음이 나왔다. 다만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한참이나 웃어서야 멈췄다. 나는 얼른 임수연한테 전화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했다! 내 말을 듣고 난 임수연은 몇 초나 멈칫해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육지연이 전남편 아이를 임신해놓고, 고현우 아이라고 했다고?" 임수연은 정말 별꼴이라는 말투로 말했다. "고현우가... 그걸 믿었어?" "응." 임수연은 혀를 찼다. "고현우도 자기가 약정증인 거 알지 않아? 한 방에 된다는 걸 믿었다고?" 나도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믿든 말든 중요하지 않아, 이혼에 동의하면 돼." "그렇지." 임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환하게 웃었다. 다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했다. "참, 네가 임신한 것도 한 번에 된 거야? 그렇게 치면 약정증이 아이를 못 낳는 건 아닌가 보네..." 임수연의 말에 나는 지난달 고현우와 관계를 맺었던 그 황당한 일이 생각났다. 그날 연회에서, 누군가 내 술에 약을 탔는데, 고현우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고개를 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