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4장

부진성은 입술을 오므리고 수심이 깊은 눈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다만 그가 말하기 전에, 뒤에 있던 임수연이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기며 휴대폰을 건네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하윤아, 육지연이랑 고현우 스캔들이 실검에 떴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받아 보니 커다란 실검에 육지연의 스캔들이 가득했다! #육지연 스캔들 남자 친구#(핫) #육지연 고현우#(핫) #고현우 육지연을 위해 결혼식에서 도망쳐!#(핫) 나는 눈앞이 새까매 났다. 제일 먼저 매체에서 난리가 날 줄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웨딩드레스를 들고 무대 아래에 있는 엄마한테로 뛰어갔다. "하윤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객들 중에 앉아 있었기에 뭐라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 현우가 도망갔어? 무슨 오해가 있은 거야? 현우 어디 있어?"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결국 엄마가 알아버리게 될 줄 몰랐다. "아니에요, 엄마, 헛소리 듣지 마세요, 현우가 사람 데리러 갔어요, 곧 도착해요."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저 사람들 말 안 들어, 현우한테 전화해, 현우한테 들을 거야." "엄마..." "네가 안 하면 내가 할게." 엄마는 휴대폰을 꺼내 고현우한테 전화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바로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래요, 알겠어요, 제가 할게요." 나는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하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참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엄마의 초조한 눈빛을 보자 나도 다급해졌다. -고현우, 빨리 전화 받아! 고현우는 마치 내 기도를 들은 듯,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린 건 고현우의 소리가 아니었다. "야, 현우야, 일어나, 내 머리 깔렸어." 육지연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또렷이 전해졌다. 엄마는 멍해졌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 엄마의 눈이 새빨개졌는데 그로 인해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그때, 옷이 마찰하는 것 같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믿을 수 없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마치 칼이 수많은 칼이 되어 내 가슴을 후벼팠다. "닥쳐!" 고현우의 혼내는 소리가 들렸고 바로 나한테 말했다. "그만 재촉해, 곧 도착해." "현우야, 나 등에 손이 안 닿아, 지퍼 잠가 줘."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뻥긋거렸고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숨이 막힌 것 같았고 손끝까지 부들거렸다. "엄마..." 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엄마를 부추겼다. "그런 거 아니에요, 오해에요..."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푸"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아줌마!" 임수연의 비명이 들렸고 나는 머리가 윙해 났고 텅 빈 것 같았고 눈앞의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엄마!"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얼른 엄마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엄마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입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손끝이 부들거렸다. "당장 병원으로 가!" 그때, 부진성이 몸을 숙여 엄마를 품에 안고는 바로 밖으로 뛰어갔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쫓아가려고 했는데, 하이힐에 발목을 삐어 바로 앞으로 넘어졌다. "하윤아!" 임수연이 재빨리 나를 부추겼고 겁에 질려하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발목에 아파 났지만 나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 바로 하이힐을 벗고는 절뚝거리며 부진성을 따라갔다. 가는 길에 부진성은 아주 빨리 운전했고 빨간 불도 많이 건넜다. 그의 차가 병원에 도착하자 그의 연락을 받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재빨리 엄마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응급실 빨간불이 켜졌고 나는 막연해서 서 있었다. 그제야 허탈함이 흘러넘쳤는데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발 왜 그래?" 그때, 부진성은 미간을 찌푸리고 부어버린 내 발을 바라보았다. "신발 어디 갔어?" 나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여전히 망연자실해서 응급실의 빨간 불을 보았다. 부진성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나를 들어 안고 성큼성큼 옆에 있는 벤치로 갔다. "나 괜찮아." 부진성의 자기 구두를 벗어서 바닥에 쪼그리고 나한테 신발을 신겨 주어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발을 거두었다. "가만있어, 너 발 삐었잖아, 차갑게 굴면 안 돼." 부진성은 머리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구두는 그의 온도를 담고 나의 발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 작은 온도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억울함과 당황함, 공포를 모두 털어내듯이 세게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내가 다 울고 나서 이성을 찾아서야 큰 손이 나의 머리를 자기 가슴에 대고 머릿결을 따라 가볍게 쓰다듬으며 묵묵히 위로해 주는 걸 느꼈다. "미안해." 나는 얼른 부진성의 품에서 나왔고 얼른 또 말했다. "고마워." 부진성은 고개를 숙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 마, 임지현이 있잖아, 의술이 뛰어나니까 엄마 괜찮을 거야." 나는 더는 눈물이 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을 되풀이하면서 나를 위로했다. "응, 엄마 괜찮을 거야." 부진성은 더 말하지 않았고 조용히 나와 같이 앉아 있었다. 복도는 아주 조용했고 가끔 지나가는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얼마 가지 못했고, 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고현우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현우'라는 두 글자를 보자 차분해졌던 마음이 또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현우에 대한 사랑이 어느 날 원망이 될 줄 생각 못했다... 휴대폰이 계속 진동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박하윤, 너 어디야? 다들 너 기다리고 있잖아! 결혼식 안 할 거야?" 고현우의 질타가 마치 칼처럼 내 귀에 박혔고 마음까지 아파 났다. "응." 나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안 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