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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그 뒤로 한동안 나는 여전히 호텔에서 지냈다. 박서아는 매일 나를 찾아왔는데 이전의 오만함과 매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한없이 다정해졌다. 매일 손수 내 아침밥을 차려왔지만 이혼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은 그녀의 모습에 나는 끝내 인내심이 고갈됐다. “서아야, 이딴 수작 부리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난 한번 마음먹으면 절대 바뀌지 않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어.” 박서아는 손에 쥔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귀를 막고 더는 안 듣겠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마치 이렇게 하면 스스로 마비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보, 내가 미안해. 정말 진심으로 뉘우쳤어. 이전엔 내가 당신한테 너무 쌀쌀맞았어. 하지만 우린 이젠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잖아. 갈등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나 용서해주라.” “이준이랑 깔끔하게 끝냈어. 진짜야. 나 한 번만 믿어줘.” 박서아는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렸고 나는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내가 차분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내 인생에 중고 제품은 없어. 게임 카드도 그렇고, 와이프도 마찬가지야.” “서아야, 어떤 일은 네 면을 봐서 까발리지 않은 거야. 3년 동안 나 몰래 했던 짓들, 조사하면 금방 나와. 너 이 바닥에서 매장시키는 거 일도 아니야. 굳이 그럴 가치가 없었을 뿐이야.” “다 성인인데 이제 그만 솔직해져. 넌 진작 최이준이랑 바람났잖아. 네가 저지른 일이니 책임은 네가 져야지. 난 너랑 무조건 이혼이야.” 박서아가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 이러는 것도 회사에 내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거잖아. 갑자기 내 중요성을 느끼게 됐어? 그래서 두려워? 더는 대표직이 버거울 것 같아? 재벌 사모님 노릇이 점점 힘들어지나 봐?” “넌 매사에 이익부터 따질 뿐 나는 안중에도 없었어. 한때 이런 널 좋아한 내가 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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