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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알겠어.” 임서우는 김은아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서 한을 풀지 않으면, 김은아는 평생 답답해할 것이 분명했다. “내가 약속 잡을게. 나도 같이 갈 거야.” 임서우는 핸드폰을 꺼내 강이준에게 카톡을 보내려고 했다. “나 혼자 가도 돼.” 큰 울음 후에 김은아의 감정은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아주 센치한 상태였다. 먼저 마음을 준 사람이 지는 게임이었고, 김은아처럼 외유내강 타임의 여자도 사랑 앞에서는 별수가 없었다. “내가 반드시 같이 갈 거야.” 임서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카톡을 보냈다. [삼촌,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아홉 시, 지난번 그 장소에서.] 두 사람은 잠시 기다렸지만 강이준에게서 답장은 없었다. 그러자 임서우가 갸우뚱하면 물었다. “다시 한번 보내볼까?” “필요 없어.” 김은아는 고개를 저었다. “강이준 그 XX가 만나고 싶지 않으면, 백 번을 보내도 소용없어. 일단 이렇게 놔두자.” 말하면서 김은아는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이 늦었어. 아이를 위해서라도 너는 쉬어야지.” “알겠어. 대충 치우자.” 임서우가 일어났다. “내가 치울게.” 김은아는 임서우를 침실로 보냈다. “존귀한 왕비님, 안심하고 쉬세요. 이러한 하찮은 집안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알겠어. 너도 일찍 자, 더 이상 마시면 안 돼.” 드디어 임서우를 달래서 방으로 들여보낸 김은아는 혼자 조용히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놀림은 전과 같지 않았다. 정리하다가도 어느새 멈추곤 했고, 그러다가 또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고 다시 정리했다. 김은아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고, 자기가 받아 마땅한 벌이라 생각했다. 한때, 김은아는 임서우가 강하성을 위해 고생하는 것을 경멸할 정도로 아니꼽게 보았다. 배지성과의 일에서도 그녀는 미련 없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제 와서야 그것은 배지성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다 똑같구나...’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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