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장

"아, 별거 아니었어요.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하던 참이었는데." "네?" 임서우는 어딘가 이상했다. 그러나 허이솔은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했다. "사실은 병원에 서우 씨 큰어머니 혈액형이랑 같은 피가 많지 않아서… 혹시나 해서… 전화했어요." "아, 전 괜찮아요. 얼마든지 뽑으세요." 말을 하며 임서우는 곧바로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 모습에 허이솔은 코끝이 찡해났다. "그럼 채혈실로 가세요. 전 일이 좀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 "네." 몸을 돌려 떠나는 순간에도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허이솔의 모습에 임서우가 다시금 물었다. "허 간호사님, 괜찮으시죠?" "네,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으니 얼른 가보세요." 허이솔은 억지웃음을 보였다. 괜찮다는 허이솔의 말에 임서우가 문을 열고 나가자, 허이설은 곧바로 서랍 쪽을 노려봤다. 곧이어 임예지가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방금 임서우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허이솔을 만나러 온 것이다. 허이솔은 역시 자신과 한은실의 대화를 들었고 그 사실을 임서우에게 알리려 했다. "이제 그만 가시죠?" 허이솔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방금 전 임예지가 와서 만약 임서우에게 함부로 입을 놀리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협박했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어머니는 중병까지 앓고 있어 허이솔은 절대 직장을 잃을 수 없었다. 임예지는 뭐라도 된 듯 팔짱을 끼며 어깨를 으쓱였다. "허 간호사님,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음식은 가려서 드시고, 입은 함부로 놀리지 마세요. 뭘 들었든 간에, 당신 증거 없잖아요?" "뭐 그쪽이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스스로 무덤 파지 말라는 얘기예요." 반면, 헌혈을 마친 임서우는 머리가 어지러워 휴식을 한참이나 취한 후에야 제대로 걸을 수 있었다. 쉬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님은 만나 봬야 할 것 같아 병실로 향했는데 마침 입구에서 강이준을 만났다. "얼굴색이 왜 그래?" 말을 하며 상태를 살피던 그는 임서우가 팔 쪽을 누르고 있는 걸 보았다. "또 헌혈했어?" 임서우는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