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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그녀의 신분 확인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김수지는 박민혁의 돈을 쓰지도 않았을것이다. 김수지로 보면 그의 200억을 써버린다는건 쉬운 결심이 아니였다. 사정이 사정이니 그녀는 모든 걸 CCTV에 걸기로 했다. 안소희도 긴장감에 당장 기절할 것만 같았다.사정이 사정이니. ...... 같은 시간, 강남의 모 프라이빗 키친 요리집에서. 여기는 강남 중심에 있는 CBD 의 펜트 하우스로서 사방이 유리로 장식되여 식사하면서 서울 경치 전체가 눈에 안긴다. 평소에는 따로 손님을 받지 않고 VIP 에게만 서비스제공이였다. 김수연은 "여기 프라이빗 키친의 요리가 일품이라고 들었는데 VIP 만 가능한 곳이라서 올 기회가 없었어요. "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수정새우만두를 맛보더니" 역시 훌륭하네요." 라고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사진찍느라 음식 맛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어릴 적 생기 찬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듯하였다. 하지만 박민혁의 눈앞에 떠오른 건 처음으로 김수지랑 여기 와서 식사하던 모습이였다. 그녀는 식사하려는 의욕이 없어보였고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녀는 사방에 둘러있는 유리벽 장식이 떠있는 듯한 느낌이 강해 인간 속기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하기만 할뿐이었다. 요리마저 몇십만원의 가격에 걸맞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녀는 세 살 때 실종하고 열 살 때 양부모를 여의고 열여덟살까지 혼자서 자기를 먹여살리다가 강남에서 부모를 찾아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과거들은 그녀의 삶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남겼다. 그녀는 박민혁이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그녀와 한 끼 식사를 하는 걸 아까워하고, 낮은 가성비에 감탄하군 했다. 사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가성비 같은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이 신경 쓰는건 오로지 여기에서 식사할 때받는 서비스와 강남의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신분일뿐이다. 눈앞에는 절경, 미식, 미인이 상반하지만 김수지가 자꾸 그의 머릿속을 맴돌아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마 그가 아는 이들 중 그녀만큼 가난에 시달렸던 자가 없어서 그의 추억이 자극되기 쉬운거겠지. 그때 그녀와 함께 왔을때 그녀가 뭐라 했지? "살림할줄 모르시네요. 돈 쓰는 법 참 모르는군요. " 나중에 그녀 한마디 말 때문에 그는 진영과 반나절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 매년 길잃은 아이들의 부모 찾는 공익프로젝트에 박씨 수익금의 십프로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심지어 김수지가 추가된 십프로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면 또 돈을 탕진한다고 나무라지 않을가 걱정까지 했었다. 피식.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수연의 의아한 눈길을 보고서야 뒤늦게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마침 휴대폰에 메세지가 와 박민혁은 얼른 "재보 수치가 좋아. " 라고 얼버무렸다. 수치가 어찌 좋았으면 돈에 관심없던 자도 웃음이 나올수 있다니. 김수연도 덩달아 웃었다. 그녀가 박씨네 시집가면 이 돈은 모두 내것이지. 그녀는 기대에 벅찼다. 사실 박민혁의 휴대폰 메시지 알람은 재무보고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존경하는 박회장님, SK에서 200억을 소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화점 최고 VIP으로 승급하셨고, 아울러 L매장 사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업이 번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L?! 박민혁은 즉시 몸을 일으켜 김수연의 뒤로 돌아가더니 상표를 확인했다.그는 삽시에 표정이 굳어지더디 얼굴은 재빛으로 변해버렸다. 바로 그가 김수연과 함께 갔던 그 가게였다! 김수지가 정말 SK에 있었다니, 그에게 전화한 건 아마도 그들을 보았기 때문일것이다. 허나 돈으로 가게를 통째로 구입한것을 보면 김수연의 얼굴은 확인못했을것이다. "진영! " 그는 김수연에게 설명 할 겨를도 없이 그를 불러냈다. "지금 당장 SK 모든 CCTV를 차단시켜, 김수지가 L의 CCTV로 김수연의 얼굴을 확인 할 가능성이 높아. " 그녀는 그가 예상한것보다 훨씬 더 예리했다. 진영은 이를 듣더니 주체하고 말았다. 사실 박민혁에게 묻고 싶었다. 사부인이 확인했다해도 어쩌겠나요? 두사람은 이혼이 당장이고,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언제까지 속일 수 있겠어요? 그녀가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회장님한테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는 말할 용기가 없었다. 지금 박민혁의 상위자만이 갖고 있는 아우라에 기세가 눌려 그의 명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 매니저는 이미 김수지를 CCTV실로 안내했고, 안소희는 구급차를 불러 김수지와 뱃속의 아기를 보호할 준비까지 마쳤다. 뜻밖에도 감시카메라에 이상이 있었다! 김수지는 의아해하며 "왜 화면에 아무것도 안보여요? " 라고 물었다. 매니저도 식은 땀이 났다. "부인님, 이런 상황은 처음이네요. 바로 사람을 불러 수리하죠. " 안소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 "복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 매니저는 사실대로 답했다. "방금 알아봤는데 빌딩 전체 모니터링이 다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복구하는 데 보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네요. " 빌딩 전체에 문제가 생기다니...... 김수지는 의혹에 빠졌다. 설마 정말 자기가 공연한 의심을 한 것일까?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이란 말인가? 김수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영상 속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확인한 후 매니저에게 말했다. "보름 뒤 영상이 복구되면 전화 주세요." 그리고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애처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안소희를 일으키더니, "배는 아직도 아파? " 하고 물었다. "약간. " 김수지의 의심을 풀기 위해 안소희는 끝까지 연기하기로 했다.뻔뻔스럽게 "병원에 가봐야겠어. " 라고 덧붙혔다. 병원까지 돌아치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김수지는 진단서에 적힌 급성위장염을 보며 "미안해. 꾀병인 줄 알았어. 정말 아픈 줄 몰랐어. " 라고 자책했다. 큰 공을 들여 진단서를 손에 얻은 안소희는 도적이 제 발이 저린지 무안해 안경을 밀었다. "꾀병이라니? 역시 임산부는 별 생각이 많아지네. " 그녀는 수지를 밖으로 밀며 말했다. "빨리 집에 돌아가. 약 받고 나도 집에 갈거야. "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의사가 걸어왔다. 김수지는 의아해 소리쳤다. "변우빈?" 그는 박민혁의 친한 친구이다. 지금 여기서 김수지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려요. 민혁에게 전화했으니 인차 데리러 올거에요. " 라고 말하더니 안소희를 바로 데라고 떠나갔다. 오늘 그 가짜 진단서는 안소희한테 가장 소중한 것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변우빈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빨리 알고 싶었다. 김수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온갖 손짓 발짓 다 하다가 변우빈의 겨드랑이에 끼인채 끌려가는 안소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엔 커다란 물음표가 떠올랐다. 두사람 언제 친해진거지? "김수지!" 갑자기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가로 막았다. 박민혁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 와 그녀에게 외투를 벗어 걸쳤다. 날씨가 싸늘해져 외투에 남아있는 그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그녀를 톡톡히 자극해,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고개를 드니 낯익은 남자가 서있는데 반세기동안 서로 못본 느낌이었다. 그들 사이가...... 빠르게 낯설어지고 있다. 박민혁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채 전처럼 그녀를 챙겨주었다. "변우빈의 말로는 배가 아프다며? 지금은 어때? " 말을 하는 도중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배위에 놓여져있었다. 그녀가 임신한 후 그가 그녀의 배를 만진 건 이번이 처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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