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김수연은 박민혁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김수지가 지금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방금 전 전화 한 통만으로 박민혁으로 하여금 약속을 취소하고 목적지를 바꾸게 했다.
그 맛집은, 그녀가 정말 맛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하지만 박민혁은 그녀와 김수지가 마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이혼 절차도 아직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박민혁의 스타일이 아니야. 그녀는 자신을 위해 더 많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김수연은 차창 문을 내리더니 김수지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며 "민혁오빠, 저 SK 앞에 서 있는 사람 언니 아니에요? 자리 옮기길 잘했네, 언니한테 들키면 큰일인데." 라고 말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최대한으로 난처함을 연출했다.
그러자 박민혁은 팔을 내밀어 그녀를 안아주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그런 곳에서 밥 먹는 거 적응 안 돼서 그런 거니까."
김수연은 그의 어깨에 다정스레 기대였다. 두 사람은 마치 사이좋은 연인 같았다.
김수지의 시선은 롤스로이스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다정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그녀의 눈에 비쳤다.
예전에 박민혁과 외출할 때 수지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그녀를 감싸준 적이 없었다. "똑바로 앉아, 밖에서 이런 모습 보이지마. "
하지만 방금 그는 그녀를 안아주며 그녀의 애교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망에 빠진 김수지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외면했고, 안소희에게 물었다. "그 여자 ...... 예뻐? 정말 예뻐? "
안소희는 눈길을 피하더니 카메라를 뒤로 숨겼다. "수지야… 나 카메라 배터리가 없어서......"
그 말을 들은 김수지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워커홀릭도 배터리를 잊을 때가 있구나."
"헤헤헤, 오늘은 너랑 쇼핑하기로 한거잖아, 일 생각하면 안되지. " 그녀는 김수지의 팔을 잡으면서 몰래 카메라에 찍힌 김수연의 사진을 삭제한 후 꺼버렸다. "자, 가자, 기분 망치지 말아야지, 쇼핑 계속해."
하지만 김수지는 다른 계획이 떠올랐다. "방금 전 그 옷 가게로 돌아가. CCTV를 확인해야겠어."
그녀는 오늘 모든 것이 너무 미스테리라고 느껴졌다.
그녀의 얼굴을 오늘 확인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L프리미엄 브랜드 매장에 들어서려니, 입구에 있던 컨시어지가 내쫒는 동작을 하며 "허풍쟁이들 또 왔네. 회장님 팬은 많이 봐왔어도, 이렇게 뻔뻔한 건 처음 보네!" 라고 조롱했다.
안소희가 혼내주려고 앞장서자 김수지가 그녀를 막았다.
수지는 가냘픈 외모에 명품 옷차림도 전혀 아닌 모습이라 오만한 기세도 좀처럼 보이지 않아 만만해 보이기만 하였다.
하지만 안소희는 알고있었다. 그녀가 오늘 여기로 돌아온 이상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거 라는걸.
김수지는 컨시어지를 안중에 두지 않은 채 표정을 굳히더니 안소희를 끌고 L매장으로 들어섰다.
컨시어지는 잠시 어쩔바를 모르더니 더이상 감히 말리려 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상황을 살피고만 있다가 눈섭을 찡그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 가게는 불청객을 환영하지 않아요. "
보아하니 김수지가 회장 부인으로 사칭한 일이 이미 가게에 퍼진 모양이었다. 수지는 화내는 기색없이 블랙카드를 꺼내 매니저의 눈앞에 치켜들었다. "이걸로 충분하죠? "
매니저는 카드를 보자마자 태도를 확 바꾸었다."회장......부인님......"
"알아보면 됐어요. " 김수지도 그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 담담하게 말했다. "드레스는 됐구요. 세 가지 요구 사항이 있어요. "
"첫째, 컨시어지 유영을 해고하고 둘째, 방금 판매된 화이트 블랙 무늬 드레스는 품질에 이상이 있으니 즉시 리콜하도록 하고 고객이 착용하여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세요. "
"셋째, 매장의 CCTV를 보여줘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요. "
유영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니가 뭔데! 허풍쟁이가 은행 카드 한장으로 감히 우리 매니저에게 명령을 내리다니?! 회장 부인? 내가 보기엔 회장부인을 꿈꾸는 궁상맞은 년 주제에! "
매니저는 어쨌든 그녀보다 식견이 있었기에 블랙카드를 보곤 불청객인 김수지의 양복 재질을 지금 가까이서 확인한 것만으로 오늘 가게가 사고쳤다는 것을 느꼈다.
전 강남, 심지어 전세계에서 누가 감히 이 블랙카드로 사기를 쳐?! 죽고 싶지 않은 한.
하지만 김수지의 요구사항도 참 곤란한 것이었다.
김수지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말을 했다. "200억으로 이 가게를 살게요."
가게 구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박민혁 회장을 반대할 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김수지에게도 남 모르는 신분이 있었으니 지금 마침 쓸모가 생긴거였다.
가게 구입이 완성된 후, 수지는 유영을 힐긋 보더니 매니저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언제 해고하는 거죠?"
유영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 "돈만 있으면 다야?! 어디서 갑질이야! 함부로 해고해 봐, 그럼 난 회장 부인이 갑질이나 하는 여자라고 널리 소문낼 것이야! 박회장이 다른 여자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 라고 소리쳤다.
이는 그녀와 박민혁과의 집안일이었기에 한낱 바깥사람이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었다.
김수지는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컨시어지 앞에 다가가 짝!
하고 뺨을 때렸다. "돈 있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지! 내키지 않으면 나처럼 부자 되든지, 아니면 돈 많은 남자를 찾든지! "
유영은 그녀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반박없이 뒤돌아서더니 맞은 얼굴을 가린 채 김수지를 노려보고는 L매장을 떠났다.
"저 독사같은 눈빛 좀 봐. " 안소희는 무언가 불안에 처해 "수지야, 널 해치지는 않을까? " 라고 물었다.
"그럴 재주라도 있어야지."김수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매니저를 재촉했다."두 번째 일을 잊지 마세요."
드레스를 갑자기 다른 손님에게 가져간 일, 이는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를 불쾌하게 하면 김수지도 그녀의 체면따위 봐줄 필요 없는거지.
한편 해고된 유영은 유니폼을 벗고 SK가게밖으로 나가더니, 손에 든 김수연의 명함을 보며 음험하게 웃었다.
......
매장 구입과 관련된 일을 처리한 후, 김수지는 CCTV 앞에서 세 번째 일, 즉 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내가 더 이상 피동적이여서는 안돼. 대방의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해. 그래야만 오늘같은 우연을 피할 수 있어.
안소희는 어쩔줄 몰라 곧 울것 같았다.
그녀는 김수지가 이렇게 빠릿하게 일을 처리할 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SK 밖에서 내연녀의 얼굴은 이미 똑바로 찍혔다. 하지만 너무 충격적이여서 변우빈에게 재빨리 연락을 하게됐고, 그제서야 내연녀가 김수지의 이붓 동생 김수연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녀는 박민혁과 죽마고우로 삼년전에 이유 없이 실종되었다가 최근 귀국했다고 한다.
안소희의 추측으론, 김수지는......아마도 그녀의 대체품인 듯했다.
안소희는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기자에서 스타들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기자가 되기까지 수많은 것을 겪었기에 이런 일의 후과를 잘 알고 있었다. 임신한 지 삼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수지는 이를 감당하기 버거울 수도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바래왔던 아기인데......
안소희는 차마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둘수 없었다.
"수지야 ...... " 소희는 쪼그려 앉더니 "나.... 오늘 너무 많이 먹었나봐, 배가 너무 아파 ......" 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수지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안소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라, 그녀의 일거수동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배아픈 척 연기하는 걸 보니 수지는 더욱 확신이 들었다. 소희가 사진찍으러 갔을 때 무언가를 발견했구나.
김수지는 그렇게 CCTV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도 알고싶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박민혁의 옆을 지키며, 쇼핑, 식사까지 사사건건 그녀의 일정과 겹치는 우연의 주인공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