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장
김수지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박민혁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자아도취 좀 하지 마."
전에는 그가 이런 결점이 있는 줄 몰랐다.
곧 싸울 기세였다. 박민혁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박민혁의 정갈한 이목구비가 김수지의 눈앞에 훅 들이닥쳤다. 그녀는 피하려고 했지만, 두 손이 그한테 붙잡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간이 점점 커지네. 할머니가 널 평생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
김수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박민혁은 자기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안 그러면 돈을 안 갚고도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어? 전에는 내가 뭐라고 해도 자신만만하게 갚겠다고 하더니 말이야. "
김수지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의 고개가 어색하게 떨궈졌다.
그때 그녀는 김씨 집안한테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도리어 김씨 집안의 모략에 빠지다니. 생일 축하연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 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김수지는 죄책감을 느꼈다. 박민혁이 말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흰 조명은, 김수지의 표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박민혁은 그녀의 반짝거리는 속눈썹을 보며 귀여운 동물을 골리는 듯한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한 번 더 물었다."결국은 돈을 갚는다는 걸 핑계 삼아 이혼을 미루겠다는 거 아냐?"
그게 아니면 어떻게 지금까지 이혼 절차를 다 밟지 못했겠는가?
김수지는 코앞에 있는 박민혁의 얼굴이 보면 볼수록 얄미워났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야!
이 와중에 박민혁의 호수같이 깊은 눈은 그녀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그녀의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했다.
전이었다면 오랜만에 만났을 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박민혁은 분명히 나쁜 생각을 먹었을 것이다.
이때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목에 흩뿌려졌다. 예전처럼 말이다. 김수지는 그의 목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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