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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장

"아가야." 할머니는 다시 한번 김수지를 바라보더니 파스를 내려놓고는 박민혁과 김수연의 첫 만남에 대해 얘기해줬다. "실은 김수연이 바로 민혁이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야. 민혁이라면 이런 감정을 아주 소중히 여겼어. 민혁이…. 어렸을 때 아주 힘들었었어." 김수지는 박민혁과 김수연이 이런 사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공교롭게도, 김수지도 어렸을 때 동굴에서 목숨을 걸고 어린 소년을 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 그 어린 소년은 김수지에게 말 한마디도 남기지 않은 채 바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김수연은 똑같이 사람을 구했는데 이 일로 인해 자신에게 일편단심인 박민혁을 만났다. 김수지 김수연 둘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운명은 너무나도 천차만별이었다. 김수지는 입을 열었다. "민혁 씨 어렸을 때 아주 힘들었었어요?" "그래." 많은 일들은 할머니도 차마 다시 꺼내지 못했다. "민혁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고, 그 뒤로 우리 영감의 건강도 무너졌지. 박씨 가문과 같은 대가문과 기업을 일으켜 세울 후계자가 급히 필요했어. 민혁이가 유일한 후계자로서, 빨리 성장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 영감도…." 할머니는 여기까지 말했는데 벌써 목이 메었다. 김수지 무척 궁금했지만, 할머니더러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가 없었다. "다 끝난 일이에요, 할머니.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 "아가야, 기회가 되면 민혁이에게 직접 물어봐. 민혁은 과거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어. 할머니는 항상 그때 경험들이 무의식중에 민혁이한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어렸을 때 자신을 구해준 김수연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세상에서 유일한 온기로 여기고 있을지도 몰라." ‘박민혁이 김수연에 대한 감정이 꼭 사랑만은 아니라는 걸까?’ 정신 차려! 여기까지 생각한 김수지는 자기 뺨을 치고 싶었다. 박민혁이 아무리 김수연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김수지보다 백 배는 더 잘해줄 것이다. 오늘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김수지는 얼마나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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