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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화

언제? 정확한 시간을 말해." 신세희가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오후 4시!" 임서아가 대답했다. "좋아, 갈게. 하지만 조건이 있어." 신세희가 말했다. "하 씨 아주머니를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널 봐주지 않을 테니까!" 그러자 임서아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 신세희, 네 말은 마치 하숙민이 정말 네 시어머니라도 되는 것 같네. 잊지 마, 넌 가짜고 진짜는 나야. 하 씨 아주머니는 내 약혼자의 어머니라고, 내가 어떻게 그녀를 건드릴 수 있겠어? 괜한 걱정을 하는 것 아니니?" "그녀가 네 시어머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 됐어. 4시 정각에 갈게." 신세희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정리를 한 뒤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찰나에, 신세희의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임서아의 전화일 거라고 생각한 신세희는 매우 짜증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들었고,  막상 보니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부인." 그 목소리는 뜻밖에도 엄선우였다. 신세희의 얼굴이 빨개지며 말투도 밝아졌다. "엄 비서님, 알다시피 난 가짜일 뿐이에요. 앞으로 부인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거죠?" 엄선우가 대답했다. "지금 1층 프런트 데스크로 가세요." "네? 거기 가서 뭘 하는 거죠?" 설마 부소경이 회사 아래층에 와서 같이 점심을 먹자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녀는 감히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곳은 그녀가 일하는 곳인데, 그녀는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소경 도련님께서는 오늘 매우 바쁘십니다." 엄선우가 말했다. "아......" 신세희의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 들었다. "도련님께서 자리를 비우실 수 없는 탓에 저에게 점심 전에 배달을 시켜서 신세희 씨 회사 아래층으로 보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방금 전에 배달원이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고, 신세희 씨께서 받으러 가시면 됩니다. 저도 처음 음식 배달을 시키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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