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깼어요

경찰이 떠나고 유영애는 나한테 회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고 내가 감사 인사를 전할 틈도 없이 바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 상황이 확실히 안 좋아 의사 선생님이 한동안 더 지켜보자고 했지만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거의 비틀거리며 배지훈의 병실로 갔는데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그는 아직도 깨지 않았다. 어린 간호사는 날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모님, 힘들 때 진짜 마음을 안다고 하잖아요, 깨시면 반드시 사모님이 잘해주신 걸 기억할 겁니다." 나는 머리를 숙였고 그가 기억 못 하는 게 더 좋은 거라 생각했다. 만약 기억하면 또 이혼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배씨 가문이 겉으로는 아주 평온한 것 같아도 지금 아주 파도가 일렁이고 있을 것이었다. 배지훈이 아이가 없으면 어르신이 날 계속 배 사모님으로 두지 않을 것이었다. 사실 여진아는 다른 사람을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날 대신해서 배씨 가문의 존귀한 안주인이 될 수 있었다. 어르신이 조사하지 않아도 난 어떤 일을 거의 비슷하게 짐작했다. 배진호가 계속 배성 그룹을 노렸지만 어르신과 배지훈이 꽉 잡고 있었기에 그와 큰아버지가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나와 비슷한 여진아를 찾은 것이었다. 배진호는 나와 배지훈이 사이가 안 좋은 걸 알고 일부러 날 역겹게 하려던 거였다. 우리 둘이 이혼하면 내가 지분을 일부분 나눠갈 거고 그때 그가 회수하면서 조금씩 배성 그룹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계속 이혼하지 않고 큰 계약도 많이 한 걸 보고 도박하듯이 여진아와 다른 배신자까지 끌어들인 것이었다. 조용한 모습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배지훈을 보니 나는 순간 무기력해졌다. 우리가 연애하고부터 지금까지, 출국했던 것 말고는 모두 배지훈이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다. "지훈아, 이번엔 내가 버틸게, 너 빨리 깨어나, 나 오래 못 버텨."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서인지 나는 그렇게 그의 침대 옆에서 잠들어버렸다. 누군가 나의 민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