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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마음이 아프다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난 깨달았다. '여진아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집에 안 데리고 온 거였어.' 간호사가 다급하게 그를 부르려고 했지만 내가 막았다. "강하연 씨, 저분 남편 맞죠?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는 나이가 어렸고 갓 졸업한 것 같았는데 아주 분노한 것 같았고 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이혼할 거예요, 저 사람 남으면 내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몰라요." 여자는 화를 내는 게 몸에 가장 안 좋았다. 3년 동안 계속 참은 탓이었는지 암이 다시 재발한 거였다. 소란이 끝나고서야 의사 선생님은 다시 수술을 잡았다. 아마 나한테 미안해서인지, 나의 수치가 모두 겨우 합격하자 먼저 나한테 수술을 마련해 주었다. 아주머니의 복주머니 덕분인지, 의사 선생님이 내가 두 번째 재발이라 수술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 수술이 아주 잘 되었다고 했었다. 역시나 복자에 한 획이 적어서 내가 한동안 더 살 수 있는 것이었다. 난 갑자기 배지훈이 오늘 와서 날 열받게 한 게 감사했다. 그가 너무 잘해줬으면 내가 일찍 죽었을 것이었다. 중환자실에 있었을 때, 나는 너무 아파서 머리가 찌근해 났다. 내가 처음 수술하는 게 아니었지만, 처음 수술할 때보다 더 아팠었다. 아마 내가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라는 걸 아무도 모를 것이다. 처음 무영국에서 수술했을 때는 그래도 엄마가 곁에 있어 줬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만약 그때 내가 엄마 말에 더 귀기울여 줬다면,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간병하던 간호사가 가볍게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나지막한 소리로 위로해 주었다. "오늘 수술 아주 잘 됐어요, 마취가 풀리면 아플 거예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그녀는 나를 아주 동정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오늘 병원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 머리가 깨져서가 아니라, 내 남편이 암에 걸려 수술해야 하는 와이프를 상관하지 않고 내연녀를 데리고 멋있게 떠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상관없었고 살 수만 있으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수술을 끝내고 며칠 동안, 아무도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고 나도 그런 일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옆 침대 할머니가 나와 같은 간병인을 썼기에 몇십만 원은 절약되었다. 밤이 깊어지면 나도 가끔 휴대폰을 꺼내보았는데 배지훈은 나한테 연락도, 전화도, 카톡도 없었다. 하지만 그와 여진아의 소식은 자꾸 볼 수 있었다. 여진아는 공유하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인스타를 자주 업로드했다. 그녀가 없는 가십 단톡방에서 그녀가 가십의 중심이었다. [배 대표님이 정말 사랑하나 봐요?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같이 세명시에 휴가 가다니요?] [직원들만 불쌍하죠,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프로젝트 기획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바닷가에서 마사지 받고 있잖아요!] [그분들과 비교할 수 없어도 사모님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사모님보다 마음 아프겠어요?] [그러니까, 대표님이 바람피우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두 사람의 말만 꺼내면 모두 나를 생각했다. 그 사람들 눈에 난 남편이 바람피운 사람이었고 돈을 위해 참아야 하는 불쌍한 여자였다. 하지만 나도 전에 회사에서 앞날이 창창했던 디자이너었던 걸 그들은 잊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이 가십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그때 그들은 나의 신분을 몰랐기에 뭘 할 때마다 나랑 같이했었다. 지금은 아마 내가 이 단톡방에 있다는 것도 그들은 까먹었을 것이다. 내가 휴대폰을 끄려고 하는데 거래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난 이미 몇 개월 동안 이 프로젝트를 상관하지 않았기에 상대가 왜 전화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바로 소리 지르는 거였다. "강하연 씨, 배성 그룹에서 계속 협력하지 않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끌면 안 되잖아요?" "대표님은 전화도 안 받으시고 회사에서도 인계하는 사람 없고, 우리 프로젝트는 어떡해요? 우리 손실은 누가 책임지냐고요?" 상대방은 점점 더 흥분하며 말했고 난 나중에야 배지훈이 여진아를 데리고 세명시로 가면서 일을 많이 방치했는데, 그중에 내가 전에 책임졌던 프로젝트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상대가 모두 화풀이해서야 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방금 수술해서 회사 일은 책임지지 않아요." 오랫동안 회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난 이럴 때 약하게 보이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뒤집어써야 해?" 상대는 멈칫했고 말투도 전처럼 강경하지 않았다. "당신, 수술했어요? 병원에 있어요?" "네, 연락 안 되시면 비서한테 연락하세요,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단톡방에서 여진아가 보낸 사진을 보낸 걸 보고는 난 묵묵히 전화를 꺼버렸다. 배지훈은 아주 세심한 사람이었다. 내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고, 밥 먹을 때마다 식당에 땅콩을 넣지 말라고 당부했었고 땅콩이 있으면 한 알 한 알 모두 꺼내주었다. 지금 여진아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으니 그가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도 아주 합리적인 것 같았다. 상처가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한테 말했다. 다음 날, 더 심하게 아팠고 의사 선생님은 재발하면서 후유증까지 유발한 거라고 했다. "강하연 씨, 전에 말했던 약을 반년 동안 꾸준히 쓰는 걸 제안해요, 이미 두 번째 재발이잖아요." "영원히 행운스러울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안 그래요?" 의사 선생님은 아주 성실하게 답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기에 나는 결국 배지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훈 씨 지금 샤워 중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여진아의 소리를 들은 나는 가슴이 더 아파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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