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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재수 없어

이튿날, 아주머니가 수속을 다 했다고 했었고 그제야 난 아주머니가 진작에 가야 했다는 걸 알아챘다. "하연아, 사실 내가 진작에 너랑 말하고 싶었는데, 네가 회복하는데 방해될까 봐 말 못 했어." "내가 계속 몽이를 데리고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네가 정말 보살피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생각하다가 수속 밟은 거야." 아주머니의 아들이 진작에 무영국에 오라고 했었지만 아주머니는 나와 몽이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아주머니가 일찍 떠나게 하기 위해 집에서 돈도 많이 들였었다. 내가 계속 돈을 주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나한테 고개를 저으셨다. "하연아, 네가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 우리 아파트에서 돈이 부족한 사람이 있어? 너밖에 없잖아." 내가 간절하고 가난한 걸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배지훈이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들 눈에 난, 그저 불쌍하고 가련한 여자였다. 나도 숨기지는 않았지만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아마 배지훈만 자기가 나한테 자비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가 나한테 준 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 줄 수 없는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공항을 떠나 머리 위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나는 몽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몽이가 아주 잘 살 거라는 건, 오래 살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텅 빈 방을 보며, 난 아무런 온도도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여름이었는데 이곳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의사 선생님이 영양을 보충해야 하고, 약도 먹어야 하고, 나중에 항암치료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게 생각났다. 나는 겨우 면을 끓였는데, 너무 맛없어서 결국 식탁에 내버려졌다. 방에 돌아온 나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내일 일을 시작하면 이런 적막함을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게 난 잠들어 버렸고 배지훈이 술 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와서야 잠에서 깨버렸다. "여보, 왜 나 안 기다렸어?" 그는 술에 취했고 머리를 내 어깨에 파묻고 비볐는데 목소리에는 억울함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내 상처를 아프게 눌러서 나는 그를 힘껏 밀어내려고 했는데, 밀어 지지가 않았다. "여보, 왜 이렇게 야위었어? 왜 밥 안 먹었어?" "여보가 해준 면 봤어, 헤헤, 내가 다 먹었다, 너무 맛있어." "내가 에그타르트랑 밀크티도 샀어, 얼른 일어나서 먹어, 많이 먹으면 살찔 거야." 그는 날 억지로 끌어 일으켰는데 상처가 너무 아팠던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문 어구로 걸어가 주머니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포장을 본 순간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건 우리 학교 앞에서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여서 예전에는 줄을 서야 살 수만 있었다. 사실 맛이 하나도 없었지만 값이 눅어서 배지훈의 돈을 아껴주려고 매번 제일 싼 걸로 주문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빨대를 꽂고 내 입가에 가져오자 나는 자기도 모르게 한 입 마셨다. 정말 맛없었고 모두 향료였다. 하지만 난 웃었고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웃었다. 그는 밀크티를 테이블에 놓더니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네 밀크티 마시면 내 사람이야, 이혼 얘기 꺼내면 안 돼, 알겠어?" "나랑 이혼하면 누가 에그타르트 사주고 누가 밀크티 사주겠어? 바보야?"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순간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경찰서에서 이혼하자고 해서, 그래서 술 마신 거야?' 촘촘한 입맞춤이 떨어졌고 나는 처음에 멍해 있었다가 열정적으로 답했는데 가슴에 뭔가가 꽉 찬 것 같았다. 그는 날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고 손을 내 옷에 넣었다. "안 돼, 지훈아, 안 돼!" 나는 그한테 내 상처를 보이고 싶지 않았고 더는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멍하니 날 쳐다보더니 시선을 베개로 옮겼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조심스럽게 개털을 집어 들더니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날 쳐다보았다. "자기야, 알레르기 나았어? 내가 이따 개 쫓아낼게, 아무도 우리 방해 못 해." 난 그냥 머릿속에서 뭔가 터지는 것 같았고 온몸의 피가 멈춰버린 것 같았다. 개털 알레르기는 내가 아니라 여진아였다. 그가 또 덮치려고 하자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짝!" 나는 그의 뺨을 때렸고 그저 손바닥이 아픈 걸 느꼈다. 그도 완전히 정신을 차렸고 날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문을 가리키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꺼져! 개자식, 꺼져!" 그는 혀로 입술을 핥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일어서 셔츠를 정리했다. "내가 너한테 관심 있는 줄 알아? 사람 잘 못 본 거야." "네 지금 꼴을 봐봐, 재수 없어." 그는 겉옷을 들고 테이블에 놓인 밀크티를 힐끗 보더니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문이 세게 닫혔고 난 그제야 소리 내 울었다. '배지훈, 이 개자식!' 이튿날, 회사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날 보고 경악했다. 하룻밤 자지 못한 데다가 요즘 많이 야위어서 내가 귀신 같아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무조건 일해야 했고 귀신처럼 보이더라고 적어도 살아는 있었다. 여진아는 내가 회의 중요사항을 전달할 때 걸어들어왔다. "하연 언니, 지훈이가, 아니, 대표님이 언니 일 관리하라고 보냈어요." "네가 우릴 관리한다고?" 나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녀는 도도하게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맞아요, 내가 대표님 비서니까 당연히 회사의 모든 일을 알 권리가 있죠." "헛소리 그만해, 이명 그룹 사람들이 곧 올 거야." "강하연 씨, 전에 했던 아이디어 방안 꺼내세요, 조금 이따 회의는 내가 주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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