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장 떠보다

저녁이 되자 정말 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거였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고 오늘은 또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역시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배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미련이 없다는 표정을 하며 휴대폰을 건넸다. "네가 받아." "난 이 여자랑 말하고 싶지 않아, 빨리, 아니면 음성 변조 어플이라도 깔아." 강유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고 나는 그녀가 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배지훈한테 빌붙으려는 거지, 왜지?' 나는 배지훈을 힐끗 흘겨보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고 바로 스피커 폰을 켜고는 배지훈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 "아!" 배지훈은 나를 노려보았고 수화기 너머로 강유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훈 씨, 왜 그래요?" "아, 아니에요, 급하게 전화 받느라 손을 부딪쳤어요." 그는 내 손을 꽉 잡고는 나를 끌고 소파로 갔다. "무슨 일 있어요?" "아이고, 왜 급해하고 그래요? 조금 이따 저한테 다시 전화 걸면 되잖아요." "아프지 않아요? 이제 만나면 제가 문질러줄게요." 강유나는 수줍하하며 말했고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억울해했다. "지훈 씨, 여기 번개 소리 너무 커요, 바람 소리도 너무 크고요, 저 무서운데 와서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이게 다 하연이 때문이에요, 제가 호텔에 있기 싫다고 했는데 굳이 호텔에 묵으라고 했잖아요." "집이 그렇게 큰데, 왜 절 안 받아주는 걸까요? 아이고..." 나도 눈을 흘겼다. '나랑 무슨 상관이야? 와서 살고 싶으면 배지훈한테 말하면 되잖아.' 배지훈은 내 손을 꽉 잡았다. "그게, 지금 나가기 불편해요, 길에 물이 너무 많아서 안전하지 않거든요." 나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배지훈한테 오프로드 차를 몰고 가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경고에 찬 눈빛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머, 그냥 하는 말이에요, 제가 어떻게 지훈 씨를 위험에 처하게 하겠어요?" 강유나의 목소리는 아주 억울해 보였고 심지어는 울먹이는 것 같았다. "제가 많이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