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장

그녀가 일어서기 전에 주민호가 이미 결제해 버렸다. 그녀는 멈칫하고는 사장님한테 인사했다. "갈게요, 아줌마." "시간 날 때 또 와, 지은아!" "네!" 가게를 나온 주민호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술기운이 올라와요?" 허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와인보다는 힘드네요." 어지럽긴 하지만 머리도 아프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았다. 허지은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일이 힘들어서 술로 피로를 푸는 습관이 생긴 거였다. 그래야 이튿날 출근할 힘이 생겼다. 기사는 이미 도착해서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지은도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었기에 차 열쇠를 기사한테 건네며 웃었다. "늦은 밤에 수고 많으십니다." 기사는 송구해서 얼른 차 문을 열었다. "당연한 겁니다, 허 대표님, 타세요." 차가 시동을 걸었고 허지은은 바람을 맞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 지금이 제일 홀가분한 시간인 것 같았다. "참,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요?" 주민호는 머리를 돌려 그녀를 한참 보더니 앞좌석 뒤에 있는 칸막이를 내렸다. 공간이 바로 협소해졌고, 허지은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자세를 고치고 진지하게 들었다. "집에서 결혼하라고 재촉해서 해운시에 갔어요." 덜컹. 허지은도 자신이 왜 심장이 덜컹했는지 몰랐지만 바로 답했다. "잘됐네요, 대표님도 결혼하실 때가 됐잖아요." 주민호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는 곳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리며 주민호한테 인사했다. 두 걸음 걸고는 다시 돌아서 말했다. "대표님, 돌아오셨으니 차는 제가 운전 안 할게요, 감사합니다." 운전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았다. 뒤돌아 대문으로 가는데 바람이 점점 차갑게 부는 것 같았다. "허지은 씨." 그녀는 멈칫했고 머리를 돌렸지만 뒤돌지는 않았다. 가을바람은 아주 쌀쌀했고 낙엽은 더 활개 쳤다. 주민호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혹시 명의상 연인은 어때요?" 그가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