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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고남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오늘 밤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이었다. 고남연이 입을 하기도 전에 현미령이 또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여비서가 꾸준히 북진이 옆을 지킨다는 건 여비서가 그만큼 능력이 있기 때문이야. 일에서나 생활에서나 북진이를 잘 돌봐 준다는 거지.” 현미령은 말하며 다시 여지수를 쳐다보았다. “여비서, 그렇죠?” 현미령이 그녀에게 칼끝을 겨누자, 여지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남연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연아, 절대 그렇지 않아. 저 말 믿으면 안 돼. 비서처에는 직원들이 아주 많아. 북진이는 차별 없이 우리를 다 똑같이 대하고 있어.” 여지수는 비록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윤북진을 북진이라며 살갑게 불렀다. 비서처의 다른 동료들은 윤북진을 절대 그렇게 부를 수 없었다. 현미령의 도발과 여지수의 해명은 고남연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게 짓밟히면서도 상처를 입어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허진주는 그녀의 세력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고남연, 네가 하도 버릇이 없으니까 우리 엄마가 좋은 마음으로 너한테 알려주는 거야. 네가 과연 북진 오빠를 잘 돌봐 주는지는 둘째 치고, 결혼한 지 2년이 넘도록 아이 하나 낳지 않는 건 뭔데? 윤씨 가문의 대를 끊길 셈이야?” “그건 여자한테 쉬운 일 아닌가? 설마 불임... 뭐 그런 건 아니지?” 허진주의 독설은 고남연의 가장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허진주의 말이 끝나자 여지수는 고남연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가볍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남연아...” 목소리나 말투나 고남연에 대한 동정이 가득했다. 고남연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제3자가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태연한 미소였다. 유진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고남연을 보며 일부러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루 종일 주정연하고 붙어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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