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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고남연은 그녀가 이미 윤북진의 차가운 말에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밤 윤북진이 억지를 부리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란 게 있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몇 마디 말로 그를 잘 달래는 게 아니라 그와 똑같이 시비를 따졌던 거였다. 고남연의 말에 윤북진의 안색이 무섭게 어두워졌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 손의 손등에 푸른 핏줄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고남연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더 이상 네 앞길, 네 행복 방해하지 말라고? 그래, 좋아. 나랑 이혼하고 네가 얼마나 잘 먹고 잘살지 두고 보자고.” 이어 그는 몸을 돌려 쾅 하고 문을 박차고 가버렸다. 더 자리에 있다가 계속되는 말다툼 끝에 어떤 국면이 벌어질지 윤북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또 '그때'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울분을 억누르고 먼저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고남연은 진동이 울릴 정도로 세게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오른손으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싸움의 여운이 유난히 길게 남아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제길. 정말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 술집. 연거푸 몇 잔의 술을 마셔댔지만, 윤북진의 마음속 분노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더러 놔달라고? 어림도 없지.” 윤북진이 피식 냉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형, 이러다간 형이 우리 남연일 놔주기도 전에 다른 사람과 함께 도망갈 거야.” 윤경민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 입을 삐죽이다가 차가운 윤북진의 시선에 서둘러 말을 바꿨다. “형의 남연이, 형의 남연이.” 옆에 있던 서경백이 말했다. “오빠, 주영 씨는 그냥 가는 길에 데려다준 건데, 사실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지 않을까요?” 윤북진은 대답이 없었다. 알고 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예민해졌고 마음을 너그럽게 먹을 수가 없었다. 윤북진이 말이 없자 윤경민은 견과류를 까며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형이 신경 쓰고 자시고 할 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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